당·정·대 모여 ‘기억과 위로의 대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 여당 의원 등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행사에서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세월호·이태원·제주항공 여객기·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4건의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7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유가족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대통령 공약 지켜주길”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세월호·이태원·오송 지하차도·제주항공 여객기 등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0여명과 간담회를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회적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예방하기 위한 전담수사팀 구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들이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같이 사과했다.
간담회에는 수석급 이상 대통령실 참모들과 차관급 이상 정부 부처 고위 관료, 여당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당·정·대 고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참사 피해자 유족과 간담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사 유족에게 국가 차원에서 위로를 전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여당의 고위 인사들이 함께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제1의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리도 없고 유가족들의 가슴속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우리 국민들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할 때 유가족 사이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고 몇몇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주신 말씀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 안에서 필요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해나가도록 하겠다”며 “필요한 대책을 함께 만들어나감으로써 다시는 이 나라에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 이어 유족 대표들의 공개 발언이 이어졌다. 전날 2주기를 맞은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최은경 공동대표는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재난 이후 국가로부터 아무런 안내도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모든 과정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유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공간 조성, 심리 회복 프로그램 시행 등을 요청했다.
이어 송해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김유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2기 대표, 김종기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모두 4명이 공개 발언을 했다. 유가족협의회별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외에도 재난안전관리체계 전면 개편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이 대통령의 대선 10대 공약 중 하나다.
이후 이 대통령은 유가족들과 약 2시간에 걸쳐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유가족들이 질문을 하면 이 대통령과 해당 부처 참석자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4월 세월호 11주기 기억식에서 당시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에게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는 쪽지를 건넨 한 희생자 아버지도 참석했다. 일상이 송두리째 달라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의 사연이 소개될 때는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사회적 참사 피해자와 유족을 괴롭힌 인터넷 댓글과 혐오 발언 등 2차 가해 문제도 거론됐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사회적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예방하기 위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겠다고 이 대통령이 약속했다”며 “그동안 혐오 댓글과 조롱 등 2차 가해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컸는데 대통령의 말이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말미에 “사고도 마음 아픈데 사고 후에 책임자인 정부 당국자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더 마음 아팠을 것”이라며 “안전한 사회, 돈 때문에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회, 목숨을 비용으로 치환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유족을 위해 간담회장인 영빈관 입구에 ‘마음으로 듣겠습니다’라는 편지 서식을 비치해 유족들의 의견을 접수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유족은 “전하고 싶은 내용이 많은 유족 입장에선 시간이 다소 짧게 느껴졌다”며 “대통령이 고개 숙여 인사한 모습은 인상 깊었지만, 정책적 후속 조치에 대한 언급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유진·고귀한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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