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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콘크리트 인사론’과 다양·포용적 의사결정의 힘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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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유재경 | 국민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드는, 또는 색깔이 같은 쪽만 쓰면 위험하죠. 시멘트, 자갈, 모래, 물 이런 것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됩니다. 차이는 불편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너지의 원천이기도 하죠.” 통합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정말 사람을 두루두루 쓰면 성과가 좋아질까?



2017년 포브스는 기업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첫째, 팀 다양성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성으로만 구성된 팀보다 남녀가 혼합된 팀이 25% 더 나은 결정을 내렸다. 성별뿐 아니라 연령·지역까지 다양하면, 남성팀 대비 최대 50% 더 나은 결정을 내렸다. 둘째, 포용적인 팀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의사결정에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협업하는 팀은 87%의 확률로 더 나은 결정을 내렸다. 포용적 과정을 거친 팀은 의사결정 속도가 2배 빨랐고, 회의 수도 절반에 불과했다. 셋째, 다양성은 마찰을 일으키지만 포용성은 성과를 향상시켰다. 다양성 자체는 실행 단계에서 15%의 마찰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포용적 의사결정은 이 마찰을 극복하고 성과를 60% 높였다.



조직 경영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은 매우 유용한 개념이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를 ‘동종선호’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사람들은 성별, 연령, 인종, 출신지뿐 아니라 신념, 가치관이 자신과 유사한 사람에게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동종선호 현상이 심화되면 ‘집단사고’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서울대 졸업, 60대 남성, 검찰 출신 위주의 인사를 했다. 1기 내각 19명 중 12명이 서울대 출신이었으며 대통령실·내각 주요 인사 114명 중 서울대 출신 비율은 47%에 이르렀다. 내각 평균 나이는 60살로 30대 장관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청년 인사는 사실상 전무했다. 여성 장관은 3명에 불과해 남성 중심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검찰 출신의 약진이 돋보였다. 2022년 5월23일치 한겨레신문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코드를 검찰, 모피아, 엠비(MB), 서울대, 지인, 남성으로 분석했는데, 내각과 대통령실 주요 요직에 검찰 출신이 대거 기용되었음을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률비서관 등 핵심 자리에 모두 검찰 출신을 임명해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제 막 시작된 이재명 정부는 어떨까? 지금까지 발표한 내각·대통령실 인사의 열쇳말은 실용과 전문성, 정치인 등용을 꼽을 수 있다. 내각과 대통령실 모두 실무형 관료, 현장 전문가, 기업인, 정치인(특히 여당 현역 의원)을 대거 기용했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보다 출신과 성별, 연령이 다양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내각과 대통령실 차관급 이상 33명 중 서울대 출신은 14명(42%), 호남 출신은 12명(36%), 평균 연령은 59.5살이며 남성이 78%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대 출신, 60대 남성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완전한 전환이라 보긴 어렵다. 향후 인사에서는 비서울대 출신, 젊은 세대, 여성 중에서 대거 발탁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포용적으로 진행하는 의사결정은 단순한 ‘정치적 올바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더 나은 전략이다. 기대한 효과를 만들어 내려면 우선 의사결정 집단에서 포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인재를 단순히 기용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용성은 다양성의 효과를 현실화하는 촉매제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설계와 측정이 필요하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결정하는지 투명하게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다양성과 포용성이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은 쉽다.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궁극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변화의 선봉에 리더가 서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의 인사도, 기업의 의사결정도, 공동체의 운영도 결국 같은 원리에 닿아 있다. 유사성과 편안함의 유혹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성을 의식적으로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차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그 차이를 잇는 포용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가장 단단한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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