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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혁신IV] (1)탄소중립 도시, 데이터로 안전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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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각계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탄소중립과 혁신' 기획 시리즈가 '시즌4'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시즌4에서는 기후·에너지 정책 거버넌스 변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 정책적 변화에 앞서 산학연 전문가들의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2025년 봄, 영남지역 전역이 화마(火魔)에 휩싸였다. 경남 산청과 하동, 경북 의성·안동·울진, 그리고 울산 울주군까지. 동시에 수십 곳에서 산불이 터졌고 불씨는 바람을 타고 산을 넘었다. 불길은 고속도로를 덮치고 송전선을 위협하며 도시 경계까지 밀려들었다. 울산 온양읍에서는 농막 용접 작업 중 튄 불티 하나가 삽시간에 931ha의 산림을 태웠다. 영남지역에만 10만4000ha 산림이 잿더미가 되었다.

숫자는 기록이다. 그 기록은 대한민국 사회가 기후재난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 증명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생존의 기술'

탄소중립은 환경운동가의 언어가 아니다. 도시가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기술적 전제다. 폭염과 침수, 산불과 폭설, 전력난까지, 기후재난은 이제 계절의 변덕이 아니라 도시가 매일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위기다.

탄소중립은 반복되는 위기의 고리를 끊기 위한 구조적 해법이며, 도시가 버티고, 회복하고,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설계 방식이다.

전환의 핵심은 '감축'이 아니라 '예측'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미 변화된 조건 속에서 도시를 어떻게 다시 구성할 것인가. 그 해답은 데이터 기반의 안전도시라는 새로운 해석틀 속에 있다.


데이터를 통해 위험을 읽는 도시

탄소중립 도시는 데이터를 통해 작동한다. 온도, 습도, 강수량, 바람, 해수면, 지반, 대기질, 인구흐름까지. 도시의 모든 조건은 센서와 위성, 사물인터넷(IoT)과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도시 시스템과 연결된다.

서울은 지하차도와 저지대 골목에 침수센서를 설치하고, 기상청 초단기 예보와 연동된 시스템을 통해 자동 차단과 경보를 실행한다. 감지, 판단, 대응의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도쿄는 하천 범람에 대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 방재 시설인 'G-Cans(수도권 외곽방수로)'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집중호우 시 강우를 대형 저장 터널로 우회시켜 도시 침수를 방지한다.

런던은 '템스 배리어(Thames Barrier)'를 통해 템스강 수위를 15분 단위로 예측하며, 위험 시 수문을 자동 폐쇄해 도심을 보호한다. 바르셀로나는 '센틸로(Sentilo)' 플랫폼 기반의 IoT 센서망을 도시 전반에 구축해 기온, 대기질, 폐기물, 조명 등 다양한 요소를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데이터는 이제 도시의 감각이고, 기술은 대응의 속도다. 도시는 스스로 위협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시스템은 연결되고, 안전은 작동한다

탄소중립 도시는 단일 부문의 개선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 전체 시스템의 통합적 재설계다.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탄소배출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도로 교통 흐름과 대기질 데이터를 연계해 공공 이동수단을 최적화한다.

도시 숲, 건물 단열, 그늘막, 주거지 구조까지 통합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설계한다. 빗물을 저장하고 홍수를 완화하며, 산불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대응한다. 스마트안전도시란 '예방→예측→자동대응→회복'의 선순환 고리를 가진 공간이다. 데이터는 위험을 정량화하고, 기술은 그것을 정확하고 즉각적인 정책 대응으로 바꾼다. 이 도시에는 '뒤늦은 조치'라는 말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기술은 언제나 사람의 손에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과정은 프라이버시 침해, 정보 격차,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낳는다. 스마트한 도시는 동시에 공정한 도시여야 하며, 그 데이터는 반드시 시민의 권리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결국 탄소중립 도시는 기술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합의와 제도 설계로 완성된다. 기술은 수단이고, 그 방향성과 책임은 언제나 인간의 몫이다.

데이터 위에 지어진 도시가 살아남는다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이고, 탄소중립 도시는 그에 대한 가장 정직한 응답이다. 위험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불확실성을 통제 가능한 시나리오로 바꾸며, 도시의 생존 시간을 연장하는 체계다.

탄소중립은 숫자가 아니다. 구조다. 그리고 그 구조는 지금, 우리가 구축 중인 데이터, 인프라, 정책, 사회적 합의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탄소중립 도시는 결국, 살아남는 도시이며, 미래를 감당할 수 있는 도시를 위한 가장 이성적인 선택이다.

글=구창민 충남연구원 초빙책임연구원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구창민 충남연구원 초빙책임연구원


구창민 박사는 재난안전 분야의 정책 연구자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지역의 재난안전 수준을 진단·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했고, 경상남도의회 정책지원관으로 재직하며 재난안전 관련 예산 분석, 정책 입안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에서 정책 추진을 위한 실증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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