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10주년을 맞았다. 수없는 팀들이 명멸하고 계약기간인 ‘마의 7년’을 넘기기 힘든 아이돌 세계에서, 여전히 신인처럼 연습하고 소처럼 일하는 이들이다. 지난 5월 발매한 정규 5집 ‘해피 버스트데이’(HAPPY BURSTDAY)가 ‘빌보드 200’ 2위를 차지하면서 ‘9개 앨범 연속 차트 인’ 기록을 세운 건, 세븐틴의 전성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며칠 전엔 멤버 우지·버논의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합류(그래미상 투표권이 생겼다) 소식도 들려왔다.
캐럿(세븐틴 팬덤명)들의 또 다른 행복은 지난달 25일 ‘고잉 세븐틴’의 올 시즌 개막이다. 고잉 세븐틴은 ‘아이돌 자체 콘텐츠계의 무한도전’이라고 불리는 세븐틴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이다. 요즘 아이돌은 유튜브에서 자체 콘텐츠로도 경쟁하는데, 이 가운데 고잉 세븐틴은 누적 조회수 1천만이 넘는 에피소드만 20여편에 이를 정도로 독보적이다. 멤버 13명 모두가 그냥 웃기고 싶어서 ‘아이돌 자아’를 내려놓은 채 망가지는 게 큰 매력이다.
하나가 더 있다. 첫째 에스쿱스부터 막내 디노까지 4살 차이지만 다들 반말을 쓰고 때론 이름을 불러 ‘위아래는 사라지고 옆만 남았다’는 이들의 관계다. 오늘 점심 뭐 먹지 둘이서 얘기해도 의견이 맞춰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13명이 노래를 만들고 안무를 짜고 방송을 하고 월드 투어를 한 10년 동안 다툼이 없었을까. 그럼에도 불화설 한번 없이 팬들한테 “오늘도 졌다, 세븐틴보다 세븐틴 더 사랑하기” 원성을 사는 비결은, 이견과 충돌을 합의로 바꿔내는 민주적인 의사소통이라는 걸 고잉 세븐틴은 솔직하게 보여준다.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세븐틴은 소수의 다른 의견도 충분히 나누며 서로를 설득한다. 중요한 결정에서 “형 말 들어”라거나 “동생이니까 양보해”는 없다. 수평적인 대화 속에 다수파가 소수파에 설득되기도 한다. 시간이 좀 걸려도 결론이 나면 군말 없이 따른다. 중국인 멤버 준·디에잇을 배려해, 간단한 중국어로 게임을 하자고 한국인 멤버가 먼저 제안할 만큼 다원성도 존중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 행사에서 “주권자의 집단지성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 미래형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참여는 중요하다. 하지만 ‘참여 대결’이 포퓰리즘이나 극단주의로 흐르지 않으려면, 합리적이고 충분한 소통구조,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걸 만들어내는 게 리더십이다.
조혜정 디지털뉴스팀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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