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낭비 논란' 용인경전철 소송…"전 시장, 배상 책임"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경기도 용인경전철이 지난 26일 개통된 가운데 상업운행 중인 29일 전철 내부의 좌석이 대부분 비어있다. 기자가 오후 1시반~2시반 상하행선을 이용한 결과 역마다 승객은 5명 이상 15명 이하였다. 민간자본 투자방식으로 1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간 용인경전철은 기흥역과 전대, 에버랜드역 15개역 구간(18.1km)을 운행하나 경전철의 적자를 용인시가 메우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 계약 조건으로 상당기간 매년 165억~195억원의 적자 운행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3.4.29/뉴스1 /사진=뉴스원

대법원이 '세금 낭비' 논란이 있었던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수요예측을 담당한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들의 개별 불법행위 책임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해당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6일 용인시민 8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재상고심에서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대한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 기각을, 연구원들 개인과 관련한 부분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은 지난해 2월 "이정문 전 용인시장은 한국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 예측에 대한 최소한의 타당성 검증을 하지 않고 사업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실시협약을 체결했다"며 "시장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수요예측 당사자인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부분은 연구원 개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에 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 예측 용역 수행과 관련해 연구원들 개인의 행위가 용인시에 대한 독자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하려면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임이 인정돼야 한다"며 "원심은 이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연구원들 개인의 용인시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2000년 용인시는 한국교통연구원에 경전철 타당성 조사와 수요예측을 맡긴 뒤 이를 근거로 2004년 용인경전철 주식회사와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용인시는 총사업비 6970억원에 '30년간 수입이 부족하면 시가 메워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까지 약속했다.

경전철은 2010년 완공됐지만 용인시가 캐나다 시행사인 봄바디어사와 MRG 등을 놓고 분쟁이 길어져 2013년에서야 개통됐다. 국제중재 패소로 이자 포함 8500억원을 배상했다. 예측과 달리 하루 승객은 첫해 9000명, 2017년 2만7000명에 그쳐 시 재정이 악화됐다.

이에 시민들은 "전·현직 시장과 공무원,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약 1조원 손해를 끼쳤다"며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이 같은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지만 2020년 대법원이 파기환송했고, 고법은 지난해 2월 현 시장이 전 시장과 연구기관 등에 214억원을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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