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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영의 함께 신문 읽어요] 신문 읽으며 책 읽기를 배운다

조선일보 김필영 작가·글로성장연구소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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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신문을 쌓아두었다.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렀고, 제대로 읽지 못한 기사들이 쌓였다. 일주일의 중간쯤, 나는 사흘 치 신문을 들고 커피숍에 갔다. 타르트 하나, 진한 커피 한잔. 신문을 한 면씩 넘기며 쭉 읽어나갔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세 시간 넘도록 묵직한 집중 속에서 다양한 기사를 만났다.

나는 습관처럼 기사마다 키워드를 하나씩 적었다.

‘수박값 26% 인상’ 기사에는 ‘물가’, ‘건설 노동자 온열 질환 사망’에는 ‘노동 환경’,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휴식 의무화’에는 ‘법’, ‘더위가 학생 인지력에 미치는 영향’ 기사에는 ‘교육’과 ‘건강’이라고 적었다. 주제는 제각각인데, 반복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자꾸만 한 단어가 떠올랐다.

‘또 더위네?’ ‘이것도?’ ‘이 기사도?’ 신문을 꽤 읽어 내려갔을 무렵,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이거 전부, 지구온난화 얘기잖아?”

무심히 흘려보내던 기사들이 실은 같은 원인에서 출발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제야 보였다. 단순히 날씨 이야기 같던 기사가 경제, 건강, 노동, 법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는 처음 적은 키워드들을 지우고 ‘지구온난화’라고 다시 썼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생각이 사방으로 가지를 쳤다. 날씨가 변하면 생필품 가격이 오르고, 야외 노동자들이 위험해지고, 아이들의 학습에도 영향이 생기고, 법과 제도가 그걸 따라가야 하는 사회적 반응까지 이어진다. 단편이 아닌, 연결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게 독서구나.’


요즘 나는 책을 ‘읽는다’기보다 책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이자 강사로서 독서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티를 내기 위해 책 표지나 밑줄 문장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증명하는 독서였다. 그런데 그날 독서는 달랐다. 신문은 감정도 반응도 없는 회색 교재 같았다. 신문을 참선하듯 읽어 내려갔다. 그 과정을 누군가에게 증명하지는 않았지만, 머리는 바쁘게 움직였다. 스스로 판단하고 연결하느라 오히려 집중했다. 기사들을 키워드로 묶다 보면 흐름이 보인다. 흐름 속에서 내 나름의 결론이 만들어진다. 사건의 이면을 예측하고, 전체 그림을 조망하는 감각. 신문은 내게 생각하는 기술을 훈련시켰다. 정보를 쌓는 데서 멈추지 않고, 흐름을 읽는 독서. 제대로 된 독서였다.

요즘은 시간을 길게 가질 수 있을 때 신문을 펼친다. 되도록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래 읽으려 한다.

당신이 오늘 작성할 보고서와 회의, 대화의 중심을 잡고 싶다면, 아침 신문 한 장이 힌트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키워드 하나가 흐름을 만들고, 흐름이 생각의 결을 바꾼다.


그게 이 시대에 필요한 독서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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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영 작가·글로성장연구소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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