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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윤석열, 초라하고 허황”…탄핵심판장에 섰던 변호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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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소추 대리인단의 실무총괄을 맡았던 김진한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회의실에서 최근 출간한 책 ‘국민이 지키는 나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윤석열 탄핵소추 대리인단의 실무총괄을 맡았던 김진한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회의실에서 최근 출간한 책 ‘국민이 지키는 나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윤석열은 당연히 유죄. 무기징역형을 받을 것이라 봅니다.”



지금은 그도 여유롭게 이런 말을 한다. ‘내란’을 꿈꿨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다시 감옥에 갔지만, 대통령직에 복귀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계속 미뤄지던 때다. 밤잠을 설치며 가슴 답답해한 이들이 한둘 아니었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누가 이들만큼 어깨가 무거웠을까. 바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전선에 섰던 김진한(57·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를 비롯한 국회 탄핵소추 법률대리인단 17명과 국회 탄핵소추위원이었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다. 이들이 함께 책을 냈다.



지난 7일 출간된 책의 제목은 ‘국민이 지키는 나라’(푸른숲)다. 부제는 ‘싸우고 증명하며 기록한 112일간의 탄핵심판 이야기’. 표4에 적힌 ‘헌법으로 헌법의 적을 물리친 이야기’라는 제목도 눈길을 끈다. 책 편집자가 공저자 18명을 인터뷰해, 대리인단에 합류하게 됐을 때의 심정, 심판정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감정들, 동료와의 관계 등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았다. 공저자 각각의 최종변론문도 실었다. 최종변론문은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넘어 개별 대리인들의 고유한 헌법 이야기다. 14일 대리인단의 실무총괄을 맡았던 김진한 변호사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국회 탄핵소추위원이던 정청래 의원으로부터 탄핵소추 법률대리인단의 실무총괄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은 때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16일이었다. 실무총괄은 대리인단을 구성하고 재판 과정에서 헌법적 논리를 세울 뿐 아니라 소송절차와 변론의 세밀한 부분까지 주도적으로 챙겨야 하는 자리였다. 정청래 의원은 한겨레에 “주변에서 김 변호사 추천을 많이 해 직접 만나 2시간 면담을 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분이 굉장히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며 진실해 보였다. 헌법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해석을 해 실무총괄을 해달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헌법 전문가’로서 헌법재판소와 학계를 경험한 특별한 이력이 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재직 중 미국 유학을 떠나 노트르담대학 로스쿨과 미국 연방사법센터에서 국제인권법과 사법제도를 연구했다. 이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던 중 2016년 또 다시 독일로 떠나 2022년까지 머물며 에를랑겐의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학에서 미국·독일의 헌법재판제도를 비교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6개월간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연수도 했다. 보통 대학교수를 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데, 그는 멀쩡하게 교수를 하다 유학을 다녀와 변호사를 하는 셈이다. 김 변호사는 “엉뚱하고 이상한 결정이었다”며 “헌법 공부는 늘 가슴을 뛰게 한다”고 말했다.



실무총괄을 수락하고 나서 무엇보다 팀 구성이 급했다. 그는 헌재 연구관 시절 파견법관으로 함께 근무했던 장순욱 변호사를 먼저 떠올렸는데, 마침 정청래 의원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어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제자였던 전형호·황영민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시절 멘티였던 김선휴 변호사, 같은 법무법인 선배인 박혁·이원재·권영빈 변호사 등을 섭외했다. 그 뒤 헌법재판관 출신 김이수·송두환 변호사와, 이광범·김현권·성관정·이금규·김정민·서상범·김남준 변호사 등이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4월4일의 파면 선고를 제외하고 이번 탄핵심판에서 김 변호사가 꼽는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윤석열이 끝내 사과하지 않았던’ 2월25일의 11차 최종변론이다. 끝내 사과하지 않은 행태가 오히려 탄핵심판 청구 인용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여긴다. 헌재가 헌법에 대한 존중과 충성이 조금도 없는 사람을 대통령직에 복귀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는 판단이다.



김 변호사는 탄핵소추 심판 과정에서 ‘내란죄’를 제외한 일로 가슴앓이를 했다는 이야기도 책에 털어놓았다. ‘내란죄 제외’ 아이디어를 그가 처음 냈기에 더욱 그랬다. “윤석열의 내란 행위들을 판단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형법적인 판단은 내란죄의 판단을 하게 될 형사법원에 맡기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상대방 측은 우리 측의 결정을 꼬투리 잡아서 ‘사기탄핵’이라고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결코 없단다. 내란죄를 제외하지 않았다면 증거능력에 관한 여러 논란이 생겼을 것이고 그것을 핑계로 상대방은 재판을 지연시켰을 것이 명백했다고 본다.



“이번 탄핵은 특히 헌법적 관점을 잃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명망가 엘리트 법조인들은 때로는 헌법적 관점이 부족하다”고 책에 적기도 했다. 여기서 ‘헌법적 관점’이란 숲을 보는 것을 잃지 않는 눈을 말한다. 민사·형사 재판에만 익숙한 법률가들은 법조문과 판례 등의 문구 해석에 빠져 나무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지난 3월 지귀연 판사가 내린 윤석열에 대한 구속취소 판단과 5월 대법원이 내린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파기환송을 들었다. “그것은 사실상 헌법재판이었어요. 대다수 국민이 지금도 그들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는 그 판단들이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을 현미경으로 보는 판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을 통해 ‘내란 행위’가 헌법적인 평가를 받은 지금, “더 많은 민주주의자가 필요하다”고 책에서 강조했다. 민주주의자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권력을 비판만 한다고 민주주의자는 아니”라고 했다. “진정한 민주주의자라고 한다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인지 늘 복기하는 사람”이라며 “진보가 민주고, 보수가 반민주라고 하는 생각에 반대한다. 너희 편은 옳지 않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 우리 편은 무조건 옳으니 어떤 비판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반민주주의자”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단죄를 넘어 전국민적인 민주주의자 훈련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이해됐다.



마지막으로 탄핵심판 참여를 위해 헌재를 드나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우연히 만난 적 있는지 물어보았다. “심판정 복도와 로비에서 여러 번 마주쳤어요.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거들먹거리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위압적이라거나 두렵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초라하고 허황돼 보였어요. 현실인식을 하지 못하는 과대망상가, 거짓말쟁이, 주변 아부꾼들 거짓말에 쉽게 속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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