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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주·산청 국립묘지도 '물웅덩이'… 국자로 퍼낸 뒤 그냥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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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을 위해 굴토한 곳에서 '물 고임' 현상 발견
물 퍼내고 마사토로 표면 덮는 사실상 '눈속임'
12곳 중 6곳 비슷한 문제, 보훈 당국 쉬쉬 급급


2025년 4월 국립제주호국원 제7묘역에서 직원들이 고인 물을 퍼내고 있다. 국가보훈부 노조 제공

2025년 4월 국립제주호국원 제7묘역에서 직원들이 고인 물을 퍼내고 있다. 국가보훈부 노조 제공


국립영천호국원에서 참전유공자 유골함에 물이 차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이 일고 있는데 국립제주호국원, 국립산청호국원 묘역에도 '물웅덩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호국원 측은 유족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국자로 물을 퍼낸 뒤 마른 흙을 덮어 유골함을 그대로 안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호국원의 경우 올해 4월 묘역 조성 과정에서 물웅덩이가 발견됐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사진 및 영상에 따르면 안장을 위해 미리 굴토한 곳에 물이 가득해 갯벌처럼 보인다. 호국원 관계자들은 물을 국자로 퍼내고 겉면에 마사토를 뿌려 유족들에게는 마른 땅인 것처럼 보여준 뒤 유골함을 넣었다. 사실상 속인 거나 다름없는 행위다. 익명의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제주호국원에 3,000기 넘는 유골함이 안장됐는데 약 500기는 안장하기 전 묘역에 물이 고여 있어 퍼냈다"면서 "유골함을 한 번 묻으면 다시 꺼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산청호국원에서도 올해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약 100기를 물 고임이 생겼던 위치에 그냥 안장했다.

유골함에 물이 차는 현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보훈부는 2021년 국립대전현충원 '물 고임' 사건 후 국립묘지 배수시설을 확충하고 유골함 밀봉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작년 국립임실호국원, 올해 5·18 국립묘지와 국립영천호국원에서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보훈부가 관리하는 국립묘지는 전국에 12곳인데 절반인 6곳에서 물로 인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대전현충원을 빼면 전부 최근 1년 안팎의 사례다.

보훈부나 호국원 측이 제대로 된 대책 요구를 묵살하고 '쉬쉬'하는데 급급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호국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애당초 묘역 조성 과정에서 토지에 수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강행한 것으로 안다"며 "(물웅덩이 발견 후) 호국원 환경단 직원들이 윗선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훈부 노조 관계자는 "호국원장이나 과장급 이상은 1, 2년만 근무하고 이동하니 감추려고만 한 것"이라며 "지금도 대부분 유공자들은 수장된 상태일 것"이라고 직격했다.

보훈부 뒤늦게 대책 약속



올해 4월 국립산청호국원에서 유골함을 안장하기 위해 파둔 곳에 물이 스며든 모습이 보인다. 국가보훈부 노조 제공

올해 4월 국립산청호국원에서 유골함을 안장하기 위해 파둔 곳에 물이 스며든 모습이 보인다. 국가보훈부 노조 제공


국립묘지에서 '물 고임' 현상이 발생하는 건 묘역 조성 방식과 도자기로 된 유골함 때문이다. 국립묘지는 선산과 달리 평평한 부지에 묘역이 조성돼 수분이 발생하면 흐르지 않고 고인다. 또 도자기로 된 유골함은 썩지 않고 밀봉이 잘 안 되는 탓에 함 안으로 물이 스며들기 쉽다. 유골함들이 밀집해 있어 묘역 양옆에 배수로를 설치해도 가운데 안장된 유골함에는 물이 고일 확률이 크다.

논란이 커지자 보훈부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유족들에게 유감을 표한 뒤 "습기 등 침수 상황에 대비해 유골함 밀봉 방식을 점검하고, 모든 국립묘지에 유골함을 3단계로 밀봉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장을 직접 챙겨 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야외가 아닌 실내에 안치하거나 생분해되는 재질의 유골함에 유골을 담아 수목, 화초, 잔디 주변에 묻는 자연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민호 한국장례협회 사무총장은 "아무리 유골함을 밀봉해도 겨울철에는 기온 차로 결로 현상이 발생해 습기가 찰 수밖에 없다"며 "안장 방식을 바꿔야 한다. 유족들을 설득해 유골과 유골함 모두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장 방식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관기사
• 국립묘지 유골함에 물 고임… 유족 몰래 은폐 시도 의혹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1414560004701)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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