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경색된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임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 대북 정책으로 남북 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긴장 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 등 동맹이 미국을 경제·안보 모든 면에서 착취해왔다고 믿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을 무사히 넘기려면 안정된 남북 관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북과 소통선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정 후보자는 지난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3월로 예정됐던 한-미 군사연습 연기를 미국에 제안하겠다고 한 게 (남북대화의) 물꼬를 텄던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훼손된 상황에서 연합훈련을 미루는 게 북한을 다시 대화로 끌어낼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밝힌 것이다.
정 후보자도 밝혔듯 연합훈련은 남북 관계 진전과 후퇴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북·미 정상이 서로를 향해 ‘핵 단추’를 언급하던 2017년 대결 국면이 끝나고 이듬해 정초부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된 것도, 또 이렇게 시작된 대화 국면이 2019년 여름 이후 싸늘하게 마무리된 것도 다 연합훈련이 시발점이었다. 한·미가 2019년 8월 연합훈련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노와 실망으로 가득 찬 친서를 보냈음은 잘 알려진 바다.
물론, 2018~19년과는 정세가 크게 변해 연합훈련을 미룬다 해도 북한이 별다른 호응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북은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부활한 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반년이 지나도록 미국과의 대화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이 ‘프리덤 에지’라는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8월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해 북한의 도발이 재개되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협상력을 낮춰 살얼음판 위에서 진행 중인 관세협상 등에 복합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연합훈련 연기는 생각해볼 만한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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