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영 기자]
"최근 1~2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직접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써보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 김치원 부대표는 15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KV 브라운백 미팅'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란 설명이다.
최근 진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의료 인공지능(AI), 디지털 치료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카카오벤처스가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주력 투자 섹터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 시장은 2025년 기준 4272억달러(약 590조원) 규모로, 연평균 19.7%씩 성장해 2032년 1조5007억 달러(약 207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1~2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직접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써보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 김치원 부대표는 15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KV 브라운백 미팅'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란 설명이다.
최근 진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의료 인공지능(AI), 디지털 치료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카카오벤처스가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주력 투자 섹터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 시장은 2025년 기준 4272억달러(약 590조원) 규모로, 연평균 19.7%씩 성장해 2032년 1조5007억 달러(약 207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높은 허들 넘어 시장 침투 가속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이런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의료 분야에 특화된 이종·시계열 데이터 확보, 각 국마다 다른 까다로운 인허가 제도, 실제 수익 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건강보험 적용 문턱 등 다양한 이슈로 인해 시장 진입의 허들이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김치원 부대표는 "제품 개발과 인허가 통과는 다른 문제로, 인허가도 힘든데 보험까지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의 경우 쓰는 사람(의사)과 처방자(환자), 지불자(건강보험공단)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런 이유로 2010년대 설립된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등 의료 AI 기업들은 설립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를 받고 실제 매출이 일어나기까지 길게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특히 제품 인허가 이후에도 실제 진료현장에 침투하는 데만 3~5년이 걸렸다는 게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 심사역의 설명이다.
정 심사역은 "인허가 획득은 시작일 뿐 실제 의료 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과제"라며 "지금 투자하고 있는 제품들은 선배들이 닦아 놓은 길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 시장 진입 기간을 1~2년 이내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벤처스가 제시한 빠른 의료현장 침투 전략은
정 심사역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한 전략으로 '디퓨저 모델'을 제안했다. 일단 '물 끓이기' 단계로 의사들에게 제품을 노출시켜 호응을 이끌어내고, '아로마 오일 떨어뜨리기' 단계에서 오피니언 리더와 강력한 연구결과를 내놔 전파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런 준비 단계를 통해 제품 인허가 직후 시장 침투 속도를 높이고, 경제적 해자를 구축할 리얼월드 데이터 확보와 보험·수가 산정까지 빠르게 진행해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정 심사역의 설명이다.
이날 카카오벤처스는 이처럼 식약처 인허가 이후 시장을 확장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이모코그'와 '알피'를 소개했다. 이모코그는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치료기기 '코그테라'를, 알피는 심전도를 활용해 심장질환 및 응급상황을 조기 진단하는 AI 솔루션 'ECG 버디'를 개발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용 디지털 치료기로 국내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코그테라는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실제 환자 뇌에 의미있는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연구결과로 입증했다. 이런 제품 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처방코드 신설부터 전자의무기록(EMR) 진료시스템 연동, 병원 구매 계약, 정산 시스템까지 병원 현장의 빠른 진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통해 처방 확산을 노리고 있다.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는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독일 시장에서 보험등재를 위한 임상시험을 마무리해 글로벌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며 "학회 활동을 기반으로 오피니언 리더들이 처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신경과와 정신과에서 모두 처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 데이터 기반으로 확장 가능성 입증
알피의 ECG 버디는 심전도와 바이오마커를 결합한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AI 솔루션이다. 현재 응급실과 구급 현장에서 심근경색, 심부전, 고칼륨혈증, 부정맥 등 중증 심장질환을 선별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데스크톱PC, 전자의무기록(EMR) 연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을 앞세워 의료현장에 빠르게 확산 중이다.
ECG 버디는 2024년 1월 식약처 인허가를 받았고, 올해 신의료기술 평가유예 대상으로 선정돼 비급여 처방이 가능해졌다. 이후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45개 병원과 시스템을 연동, 매달 약 10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실제 심전도 기계에선 '정상'으로 판독했으나 ECG 버디 심근경색 바이오마커에서 심근경색 경고가 나와 모니터링 중 심정지가 온 케이스도 나왔다. ECG 버디 덕에 빠른 응급처치로 환자를 살릴 수 있었던 사례다.
김중희 알피 대표는 "응급실에서 환자 응급도를 분류하는 과정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적시에 응급처치를 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며 "ECG 버디를 구급대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급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며 건강검진용 신제품 'EB 클리닉'의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치원 부대표는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이 발전해도 의료 분야는 특수한 데이터와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 때문에 전문 기업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이모코그와 알피처럼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성과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팀들이 앞으로 의료 AI 생태계 표준을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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