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경제공사 “美와 호혜적 합의 위해 2주간 무역협상 속도”

안세령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가 14일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KE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시한을 설정한 가운데, 안세령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14일 “한미 간 무역을 제한하기보다는 균형을 잡고 무역을 확대하는 상호 호혜적인 합의 도달을 목표로 가능한 랜딩존(landing zone·합의점)을 찾기 위해 2주간 실질적인 대화에 속도를 내려고 한다”고 했다. 안 공사는 이날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원장 스콧 스나이더)가 주최한 대담에서 “양자(兩者) 무역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을 완전히 이해하지만 비(非)관세 장벽 해결과 제조업 협력 촉진이 함께 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공사는 “이런 접근은 (미국의) 무역 적자를 단기간에 줄일 뿐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더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필수”라며 “상호 호혜적 합의 도달을 목표로 향후 2주간 실질적인 대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반도체·조선 등 한국이 경쟁력이 있는 산업 분야에서 트럼프가 중시하는 제조업 재건을 돕는 대신 관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안 공사는 이런 접근을 ‘쉽스 앤 칩스(Ships and Chips)’라 명명(命名)하며 “미국이 조선·반도체 같은 전략 분야에서 한미 협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안 공사는 “한국은 오래되고 신뢰받는 동맹으로서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겠다는 트럼프 비전을 지원할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며 “우리의 산업 경쟁력과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그런 파트너십은 양자 무역의 균형과 확대, 둘 다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안 공사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와 부품 등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가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절반 이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며 “품목별 관세 완화가 상호 관세 완화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했다.

미측은 협상 과정에서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와 디지털 장벽 해소 등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변호사 시절 이런 업무를 많이 다뤘는데, 우리 정부·국회가 추진한 플랫폼 규제에 큰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 같은 기류 속에 빅테크 기업과 사주를 받은 미측 전관(全館), 경제 단체, 로펌·컨설팅 업체들은 숙원이었던 여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 공사는 “우리는 미 디지털 기업과 의회, 행정부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이 한국 정부에 의견과 관점을 제시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