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케냐에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다 [오늘, 세계]

한국일보
원문보기
아프리카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1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한 경찰관이 노점상으로 보이는 남성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케냐 경찰은 지난 수십 년간 시위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명분으로 폭력과 초법적인 살인을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AP=뉴시스

1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한 경찰관이 노점상으로 보이는 남성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케냐 경찰은 지난 수십 년간 시위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명분으로 폭력과 초법적인 살인을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AP=뉴시스


7월 9일 케냐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윌리엄 루토 대통령이 경찰에 "상점을 파괴하는 시위대의 다리를 사격하라"고 명령했다. 이틀 전 케냐인들은 정부의 부패와 경찰의 가혹 행위를 반대한다며 수도 나이로비 등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이날은 1990년 7월 7일(사바 사바, 스와힐리어로 '7·7')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정한 날짜다. 6월 25일부터 촉발된 시위로 지금까지 사망자가 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을 포함한 대다수 케냐인은 루토 정부에 높은 불신을 갖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케냐인의 14%만이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2023년 초의 37%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이다. 특히, 2022년 대선에서 루토에게 투표했던 젊은 케냐인들이 높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3년 전 루토는 가난한 케냐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하며 근소한 표차로 승리했다. 당시 약속과 달리 루토 대통령은 대규모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인상했다. 높은 물가와 악화된 공공 서비스, 정부의 노골적인 부패 등이 지속됨에 따라 유권자들의 루토 정부에 대한 불만은 점점 높아갔다.

이러한 케냐인들의 불만에 대한 루토 정부의 폭력적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 의원이 불특정한 집단에 의해 납치되어 폭행을 당했으며, 폭력적인 경찰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블로거가 경찰 구금 중 구타로 사망하는 등 국가 폭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또한, 정부는 자주 법원의 명령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법부 독립을 훼손했다. 독립적이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를 임명하는 과정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음으로써 루토가 얼마나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는지 의심을 받고 있다.

더욱이, 루토가 2022년 선거에서는 계급을 기반으로 선거 캠페인을 벌였으나, 이제는 케냐에서 매우 민감한 종족 갈등을 통해 지지 기반을 늘리려 시도하고 있다. 루토는 반정부를 주도하는 세력이 케냐 다수 종족인 키쿠유가 중심이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그에 대한 루토 정부 대응도 강력해짐에 따라, 해외 기업의 투자도 점차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루토의 2027년 재선 도전에도 긍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평가받았던 케냐가 루토 대통령의 폭력적 대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2. 2신지 문원 결혼
    신지 문원 결혼
  3. 3조세호 빈자리
    조세호 빈자리
  4. 4스키즈 필릭스 순금 선물
    스키즈 필릭스 순금 선물
  5. 5허훈 더블더블
    허훈 더블더블

한국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