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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이글… 마지막 홀, 그레이스에 은총이 쏟아졌다

조선일보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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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연장 끝에 LPGA 에비앙 우승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선두에 2타 뒤진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 드라마가 시작됐다. 유틸리티 클럽으로 친 두 번째 샷을 깃대 바로 옆에 붙이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같은 홀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 또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했지만, 오른쪽으로 크게 휜 공은 도로를 맞고 도랑에 빠졌다. 모든 사람이 ‘승부의 추가 기울어졌다’고 생각할 때 러프에서 친 4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었다. 2차 연장에서 다시 2온 시도 후 이글 성공. 호주 교포 그레이스 김(25)은 ‘기적’ 같은 세 번의 18번홀 플레이로 데뷔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었다. 부모가 한국 출신으로 호주에서 태어난 그는 경기 후 “아직도 내가 우승했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레이스 김이 13일(현지 시각) 프랑스 에비앙 리조트 골프 클럽에서 끝난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 2023년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기록한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의 우승이자 첫 메이저 트로피다.

13일 LPGA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극적으로 우승한 호주의 그레이스 김이 우승컵을 안고 있다./AFP 연합뉴스

13일 LPGA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극적으로 우승한 호주의 그레이스 김이 우승컵을 안고 있다./AFP 연합뉴스


그는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세계 랭킹 2위 지노 티띠꾼(22·태국)과의 마지막 18번홀 승부와 두 차례 연장에서 이글-버디-이글을 기록했다. “드라마 같은 승부”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기적 같은 샷의 향연이었다. 그레이스 김은 우승 상금 120만달러(약 16억5700만원)를 받았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기적의 18번홀 3부작 드라마

정규 라운드 마지막 홀. 티띠꾼에게 2타 뒤져 3위 그룹이던 그레이스 김은 짧은 파5홀(445야드)에서 이글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티샷이 페어웨이 한가운데 안착했고, 그는 4번 하이브리드 클럽을 꺼냈다. 아이언으로 공략할 수도 있었지만, 그린에서 공이 덜 굴러가게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려는 클럽 선택이었다. 그가 친 두 번째 샷은 그린에 떨어진 뒤 깃대를 지나쳤다가 오르막 경사에서 다시 뒤로 굴러와 홀컵 30cm 근처에 멈췄다. 엄청난 환호가 터졌고, 선두 티띠꾼은 압박감을 느낀 듯 2.4m 버디 퍼트를 놓쳤다. 두 타 차를 한 번에 따라잡은 첫 번째 기적이었다.

그레이스 김은 1차 연장전에서는 큰 위기를 맞았다. 세미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도랑에 빠진 것이다. 그레이스 김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 누가 봐도 두 번째 샷을 그린 바로 옆까지 보낸 티띠꾼이 우승 고지에 오른 듯했다. 1벌타를 받은 그레이스 김은 러프에 드롭한 후 4번째 샷을 준비했다. 약 30야드 거리서 58도 웨지로 공을 띄웠는데, 그린 초입에 떨어져 굴러가더니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믿을 수 없는 버디에 경쟁자는 황당한 표정이었다. 수세에 몰린 티띠꾼이 간신히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두 번째 연장에 돌입했다.

기세를 탄 그레이스 김은 감을 잡은 듯 티샷은 페어웨이로, 세컨드샷은 그린으로 똑바로 보냈다. 공이 홀컵 약 3m 거리에 떨어졌다. S자로 꺾이는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그레이스 김은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호주의 그레이스 김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2번째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우승했다. 동료들이 샴페인을 를 터뜨려 축하해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호주의 그레이스 김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2번째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우승했다. 동료들이 샴페인을 를 터뜨려 축하해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1차 연장 버디, 다시 하라면 못 해”

그레이스 김은 “공이 물에 빠졌을 때 속상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생각을 했다”며 “드롭한 공이 괜찮은 자리에 놓였고, 홀까지 잘 보내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마지막 우승 확정 퍼트 땐 “숨을 쉴 수 없었다”고 했다. “공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해서 ‘똑바로 친 건가’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행운의 상징’이 된 4번 하이브리드 클럽을 앞으로 골프백에 항상 갖고 다닐 것이라고도 했다.

최종일 공동 3위로 출발한 이소미(26)는 더블보기 2개를 하는 등 2타를 잃어 최혜진(26)과 함께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톱10에 들지 못한 건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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