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누군가에겐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일 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신만의 시간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매개체가 된다. ‘시간을 찬다’고 말하는 이들을 경매 현장에서 종종 만난다. 그들에게 시계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찰나의 감정, 사라진 시간, 혹은 지나간 한 시대의 기술과 미감을 손목에 붙잡아 두는 일. 그것은 ‘시간을 소장한다’는 감각에 더 가깝다.
미술과 마찬가지로 하이엔드 워치 시장 역시 더욱 개인화된 감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과거처럼 브랜드, 희소성, 재(再)판매가만 따지는 대신, 그 시계를 만든 사람과 시간, 그리고 걸어온 여정에 주목하는 이가 늘고 있다. 누가 찼던 시계인지, 어떤 순간에 탄생했는지. 즉, 시계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2023년 홍콩 경매에서 비운의 중국 마지막 황제 푸이의 손목시계가 주목받은 건 그 엄청난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역사성과 개인사가 담긴 그 시계는 말 그대로 시간을 소장하는 감각을 상징했던 것 아닐까. 이 ‘시간을 소장한다’는 감각은 2024년 필립스 홍콩 시계 경매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났다. 일본 인디펜던트 워치메이커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춘 기획 경매 ‘Toki’는 일본의 시계 문화 자체를 주제로 삼았다.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의 프레임을 벗어나, 테마가 있는 경매로서 ‘워치 마켓’의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술과 마찬가지로 하이엔드 워치 시장 역시 더욱 개인화된 감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과거처럼 브랜드, 희소성, 재(再)판매가만 따지는 대신, 그 시계를 만든 사람과 시간, 그리고 걸어온 여정에 주목하는 이가 늘고 있다. 누가 찼던 시계인지, 어떤 순간에 탄생했는지. 즉, 시계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2023년 홍콩 경매에서 비운의 중국 마지막 황제 푸이의 손목시계가 주목받은 건 그 엄청난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역사성과 개인사가 담긴 그 시계는 말 그대로 시간을 소장하는 감각을 상징했던 것 아닐까. 이 ‘시간을 소장한다’는 감각은 2024년 필립스 홍콩 시계 경매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났다. 일본 인디펜던트 워치메이커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춘 기획 경매 ‘Toki’는 일본의 시계 문화 자체를 주제로 삼았다.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의 프레임을 벗어나, 테마가 있는 경매로서 ‘워치 마켓’의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지만, 우리는 지나간 순간들을 손목 위에 조용히 담아낸다. 잊을 수 없는 한 컬렉터가 있다. 그는 오직 1970년대, 특정 워치메이커의 시계만을 고집스레 수집했다.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에, 우리 부자에게 의미 있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시계를 모읍니다. 그 시절의 시간을 제 손목에 이어가고 싶었어요.” 그의 수집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기억을 되새기고, 시간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시계를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시계를 찬 사람은 어떤 시간을 살아냈을까?’ 시계는 늘 현재를 가리키지만, 동시에 과거를 우리 몸 위에 남기는 물건이니까.
[임연아 필립스옥션 한국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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