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부진 뿔난 ‘키움’…홍원기 감독 등 경질

고개를 숙인 키움의 홍원기 감독. [뉴시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2021년부터 팀을 이끈 홍원기(52) 감독을 해임했다. 키움 구단은 14일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키움은 오는 1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후반기 첫 경기부터 설종진 퓨처스(2군) 감독에게 감독대행을 맡긴다. 새 감독 선임과 관련해 “허승필 신임 단장 취임 후 본격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17년간 히어로즈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한 터줏대감이다. 2009년 1군 주루코치로 출발해 수비코치와 수석코치를 거쳐 2021년 사령탑에 올랐다. 부임 2년째인 2022년에는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어 준우승했다. 키움은 홍 감독의 팀 운영 능력을 인정해 2023시즌 시작을 앞두고 3년 재계약했다.

재계약 이후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전력 보강 없이 시작한 2023년, 투타의 핵심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안우진이 부상으로 이탈해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MLB)로 떠나고 안우진이 군에 입대해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 구단은 선발투수 최원태(LG 트윈스), 불펜투수 조상우(KIA 타이거즈) 등 주축 선수마저 다른 팀으로 보내고 신인 지명권을 받아 전면적인 리빌딩에 돌입했다.

올해도 김혜성을 LA 다저스로 보낸 키움은 ‘기둥뿌리’가 다 뽑힌 채 위태롭게 새 시즌을 맞았다. 예상대로 최하위로 처졌다. 감독이 역량을 발휘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승점 자판기’로 전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구단은 “공격력 강화를 꾀한다”며 ‘외국인 타자 2인’ 카드를 꺼냈다가 참담하게 실패했다. 결국 키움은 고군분투하던 홍 감독을 경질하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일단 분위기 쇄신을 꾀하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홍 감독은 통산 667경기에서 293승15무359패, 승률 0.439의 성적을 남기고 키움을 떠나게 됐다. 감독 중도 퇴진은 지난달 사퇴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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