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세 전쟁에서 두 가지 놀라운 점이 포착된다.
불확실성에 더 기민하게 대응하는 시장의 '능력치'와 더 '영리해진'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의 미친 관세를 예상한 애플과 폭스콘은 올해 초 인도 첸나이 공장을 풀가동했다. 이렇게 추가 생산한 아이폰을 화물기를 동원해 미국으로 실어 날랐다.
이 물량이 3조원에 육박한다. 애플과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 수출입업자들은 기민하게 공급망 관리에 나섰고, 이는 지난 4월 트럼프 보편관세 10%가 발효됐음에도 지금까지 미국 생산·소비자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이유가 됐다.
트럼프에게 내성이 생긴 시장의 향상된 대응만큼이나 트럼프 개인의 진화도 눈에 띈다. 그는 상호관세 충격에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적용 시점을 90일 뒤로 미뤘다.
또 중국과 장군 멍군으로 올린 보복관세를 철회했다. 이를 두고 시장은 트럼프가 막판에 늘 겁을 먹고 물러선다며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고 놀리기도 했다.
그러나 타코라는 조롱에는 트럼프가 시장의 이상 반응에 경각심을 느끼고 유연하게 기존 태도를 바꾼다는 팩트가 흐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현명한 참모들이 대통령의 옹고집을 관리하고 있다.
지지율이 중요한 대통령이 배드캅(나쁜 경찰) 역할을 자처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는 온갖 거짓과 협박을 늘어놓는 '미치광이' 모습으로 동맹국을 흔든 뒤 협상의 바통을 장관들에게 넘긴다. 굿캅(착한 경찰)이 된 장관들은 무역협상 테이블에서 미친 상관을 가리키며 동맹국 양보를 끌어낸다.
엉뚱한 상상이지만 역대 한국 대통령이 이런 타코·배드캅스러운 면모를 보였다면 질곡의 한국 대통령사에 많은 수정이 이뤄졌을 것이다. 앞서 우리는 진보 정부의 일방통행식 부동산·소득주도 경제 정책에 질려 정권 교체를 택했다. 후임으로 뽑은 대통령이 망상과 옹고집에 사로잡힌 리더임을 확인하고 가차 없이 탄핵했다.
지금의 대통령만큼은 부디 내 철학보다 시장의 목소리를 우선하는 유연성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욕을 먹는 정책에서 숨지 말고 배드캅을 자처해야 한다. 임기 말 국민연금 개혁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만들어낸 노무현이 그랬다.
[이재철 글로벌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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