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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관세 협상 경쟁 국가보다 1%라도 낮춰 ‘상대 우위’ 가져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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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해외멘토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관세 대응방안, 수출통관 절차’를 주제로 강의하는 유정학 미국 관세사. 유튜브 화면 갈무리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해외멘토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관세 대응방안, 수출통관 절차’를 주제로 강의하는 유정학 미국 관세사. 유튜브 화면 갈무리




미국이 8월1일까지 상호관세 적용을 사실상 ‘연기’한 가운데 트럼프의 관세 계산 방식 오류를 파고 들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국가 보다 1%라도 상호 관세율을 낮추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미국 현지 관세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유정학 국제해운통관물류사 Int'l Maritime & Logistics 대표(55·미국 관세사, 전 뉴욕한인경제인협회 회장)는 13일 한겨레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 방식으로 하더라도 한국의 서비스수지 적자를 포함하면 적용 관세율이 21.05%까지 내려간다”며 “최대한 낮은 관세율을 협상의 시작점으로 가져가서, 경쟁 국가보다 얼마나 낮은 관세율을 합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1998년에 미국에 건너가 국제물류경영을 전공하고, 현대종합상사 뉴욕법인에 근무했으며 2020년 미국 관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관세 계산식을 보면, 상호관세율은 교역국에 대한 무역수지를 수입액(교역국의 수출액)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뒤 ‘절반’을 한 수치다.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수입 규모가 1315억달러이고, 무역수지 적자는 660억달러여서, 적자율(50.2%)의 절반인 25%를 상호관세율로 정했다. 이 계산식에는 상품수출입만 반영되고 서비스수지는 빠졌다.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107억달러)를 반영하면 무역 적자 규모는 553억달러로 줄어든다. 트럼프 계산식을 따르더라도 관세율이 21.05%로 낮아진다.



앞서 영국의 관세협상 과정에서도 서비스수지액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미국 상무부가 계산한 2024년 서비스 부문 대영 흑자는 36억달러(한화 약 4조9000억원)였는데 영국이 계산한 서비스 부문 대미 적자는 7589억파운드(한화 약 141조원)으로 28배 이상 차이가 났다. 영국은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강조했고, 영국산 자동차 10만대에 한해 품목관세를 25%에서 10%로 낮추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유정학 미국 관세사가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영상통화 화면 갈무리

유정학 미국 관세사가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영상통화 화면 갈무리


유 대표는 “1%를 놓고 사실상 혈투를 벌여야 하는 관세 협상장에서 협상 시작점을 3.5%포인트 낮추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양 국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무역수지에도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 부분도 필요하다면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의 지적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자료(2024년 수출입 동향)를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율 계산식을 적용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부는 지난 1월 ‘2024년 수출입 동향’ 자료에서 대미 수출과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각각 1278억 달러와 557억 달러로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트럼프 관세율 계산식을 적용하면 적자율은 43.6%가 되고, 관세율은 21.8%가 된다. 서비스수지 107억원 흑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무역적자액은 450억달러가 되고 적자율은 35.2%, 적용 관세율은 17.6%까지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양 국가의 무역수지 계산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은 수출액은 본선인도가격(FOB), 수입액은 운임보험료포함가격(CIF)으로 계산하는 반면 미국은 수출과 수입 모두를 본선인도가격 또는 선적·하역비용을 포함한 선측인도가격(FAS)가격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대미 관세 협상은 ‘무조건 낮은’ 관세율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유사한 산업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국가들 보다 1%라도 낮게 가져가는 ‘상대 우위’가 중요하다”며 “자동차 수출을 놓고 경쟁하는 멕시코, 일본, 독일이나 반도체 수출을 놓고 경쟁하는 대만보다 낮은 관세율을 협상으로 이끌어내면 ‘트럼프 관세’는 한국에게 위기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 기준으로 자동차와 반도체는 대미 수출액이 가장 큰 상품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트럼프 정부가 세계를 상대로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이 늘어지면서 미국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유 대표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발표를 한 뒤에도 한국과 무역을 하는 상인들은 시장 점유율을 고려해 일부 마진율을 포기하더라도 가격을 올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 계속되고, 20%가 넘는 상호관세가 예고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고, 물가도 비싸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 2.4% 상승해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소폭 반등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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