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한 첼시팀 선수들에게 우승컵을 시상하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그날 오직 하나님만이 나를 구원해주셨다는 굳건한 확신이 있다. 파멸을 원하는 자들로부터 사랑하는 조국을 구하고 나라의 위대함을 회복하라는 선한 목적으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자신을 암살하려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토머스 매슈 크룩스(20)가 쏜 총알이 귀를 스치며 목숨을 구했다. 9일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등 이 사건은 대선 판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에이피(AP)통신은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트럼프와 오랜 친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은 “그는 여전히 거친 사나이다. 불교 선사가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더 감사하는 사람이 됐고, 친구들에게도 더 친절해졌다”고 말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지난주 한 팟캐스트에서 “그는 자신이 구원받았다고 믿고 있다. 그는 전에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이 살기를 하나님이 원하셨다고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 놓여 있는 청동 동상.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 위기를 피한 직후 주먹을 흔드는 모습을 담고 있다. AP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암살 시도 직후 주먹을 쳐드는 모습을 담은 여러 작품을 백악관과 자신의 골프장에 전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 모습을 그린 그림을 자신의 백악관 내 숙소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걸었다. 지난 5월에는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이 모습을 담은 청동 조각상을 올려뒀다. 에이피는 “정신적 외상을 남긴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걸 막으려 하나, 트럼프는 당시 일을 기념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날 암살 미수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에 종교적인 전환점이 된 현상을 보도했다. 사건 당일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기 몇시간 전, 야외연설무대에 설치된 가로 9m, 세로 18m의 대형 성조기가 바람에 와이(Y)자 모양으로 뒤집힌 모습은 이후 지지자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상징이 됐다. 마치 천사가 팔을 펼친 것 같은 모습이 트럼프를 지키려 신이 개입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보수적인 기독교 복음주의 지도자 랄프 리드는 “수백만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신이 대통령의 목숨을 살려주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정치 활동을 하는 비영리기구의 면세 지위를 박탈하는 연방 정책의 대상에서 교회 등 종교단체는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는 교회가 더 명확하게 정치적 지지를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지난 4월12일 백악관에서 엑스에 올린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 The White House X 갈무리 |
비밀경호국은 지난 10일 사건 당시 현장 보안에 관여했던 요원 6명에게 10일부터 42일까지 무급 정직 처분을 내렸다. 당시 비밀경호국 국장이었던 킴벌리 치틀은 총격 사건 직후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지 1년이 되는 이날 미국 뉴저지주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을 가족, 친구, 측근들과 함께 관람했다. 그는 이날 우승한 첼시팀에 우승 트로피를 전달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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