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2.3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러브버그 왜 많아졌을까”…내 아이 ‘벌레 공포’ 대물림 없애려면

한겨레
원문보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막연한 공포심은 ‘불안’ 필터 씌울 수 있어
세상을 불안과 의심으로 바라보게 될 수도
‘벌레’와 ‘곤충’ 차이 구분해 사용하면 도움
공포심 억지로 없애려고 하는 것도 역효과
곤충도감·다큐·그림책 보며 대화 나누기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유민정(38)씨에게 여름은 고역의 계절이다. 벌레 공포가 유난히 큰 탓에, 마음껏 창문을 열 수 없는 것은 물론 공원이나 산으로 나들이 가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아이와 캠핑을 할 때도 벌레를 쫓고 도망가느라 바쁘다. 어느 날 자신처럼 곤충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아이를 보고, 민정씨는 자신의 공포를 아이에게 물려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에게 공포와 혐오심이 아닌 호기심을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호자부터 시작하는 ‘벌레 공포'와 거리두기





공포나 거부감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부모의 공포심은 무의식중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쉽다. 이는 단순히 벌레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을 넘어, 아이의 성장 가능성을 여러 방향에서 제약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다양한 야외 활동이나 자연 활동 등을 제한하는 걸림돌이 된다. 또한, 막연한 공포심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에 ‘불안’이라는 필터를 씌울 수 있다. 보호자의 반응을 통해 공포를 학습한 아이는, ‘벌레는 나쁘다’ ‘낯선 것은 두렵다’와 같은 인식을 갖게 된다. 이는 결국 세상을 호기심보다는 불안과 의심으로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에게 건강한 자연관을 물려주고 싶지만 벌레 공포를 지닌 보호자라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벌레를 발견했을 때 바로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속으로 3초를 세며 반응을 지연시키는 연습을 해보자. 물론 벌레 공포심이 강하다면 이조차 쉽지 않다. 이럴 때는 공포를 억지로 숨기기보다는 “엄마도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어. 하지만 우리를 해치지 않으면 괜찮대” “아빠는 벌레를 너무 무서워하지만, OO이는 그러지 않아도 돼” 등의 말로 솔직한 인정을 할 수 있다. 이런 반응을 통해 아이는 보호자와 자신의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공포를 호기심으로 바꾸는 시간





공포를 호기심이나 담담함으로 바꿔주는 활동도 다양하게 해볼 수 있다. 그 첫걸음으로 언어를 바꿔보는 방법이 있다. 벌레는 사전적으로는 곤충을 비롯한 작은 생물을 폭넓게 아우르는 말이지만, 일상에서는 징그럽거나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작은 생물체를 일컫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인다.



‘벌레’와 ‘곤충’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개별적인 개체의 이름을 구분해서 사용해보자. ‘곤충’은 ‘머리, 가슴, 배’ 세 부분과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생물을 가리키는 과학적 용어로, 흔히 벌레로 지칭하는 모기나 파리, 러브버그 등도 곤충에 속한다. 뭉뚱그려서 ‘벌레’라며 무서워하고 피하기보다는, 각 개체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구체적인 존재로 인식하다보면 관찰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곤충도감이나 다큐멘터리, 그림책 등을 보며 다양한 곤충을 알아보고, 생태계에서 이들이 하는 역할을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곤충들의 쉼을 위해 만들어진 곤충 호텔에서 겨울을 나는 곤충들을 보여주는 ‘곤충 호텔’(한라경 저, 무운 그림, 소원나무), 열두 살 곤충 마니아 강충의 이야기를 담은 ‘곤충 탐정 강충 - 사라진 고양이 체다를 찾아라’(송라음 저, 란탄 그림, 사계절), 재미있는 별명을 붙여가며 곤충이 가진 능력과 매력을 보여주는 ‘이토록 멋진 곤충’(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저,니나 마리 앤더슨 그림, 단추) 등 곤충의 세계로 아이를 초대하는 그림책이 다양하다.



더 직접적으로는 아파트 화단, 놀이터, 공원 등에서 만난 곤충을 사진으로 찍거나 그림으로 그려보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각 곤충의 이름부터 발견 장소, 특징, 하는 일 등을 기록해 아이만의 도감을 만들도록 해보자. 단, 이때 ‘관찰 후에는 반드시 손 씻기’ ‘곤충을 괴롭히지 말고 조용히 관찰하기’ ‘위험한 곤충은 멀리서만 보기’ 등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과 위생, 명확한 경계선 알려주기





모든 곤충이나 벌레와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생명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동시에, 아이에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거부감을 가지는 아이의 공포심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는 것도 역효과다.



특히 생활 공간인 실내에서 마주하는 모기나 바퀴벌레 등은 공원에서 마주하는 무당벌레와는 다른 차원의 대상이다. 쾌적한 생활과 위생, 건강 등을 위해서 이를 잡거나 죽이는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보호자의 태도에 따라 아이의 가치관은 달라질 수 있다. 생명을 게임처럼 즐겁게 죽이거나 혐오감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모기는 우리 잠을 방해하고 병을 옮길 수도 있어. 그래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해”라고 이유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해충의 정의와 경계를 알려주는 동시에, 이것이 인간 관점의 정의라는 사실을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살생 자체를 정당화하기보다,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어쩔수 없는 조치임을 설명하는 태도는 아이가 생명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애초에 해충이 집안에 들어오지 않도록 천연 방충제 만들기, 방충망 상태 점검하기, 음식물 쓰레기 깨끗하게 버리기 등의 실천을 아이와 함께 해보는 것도 좋다. 여름철 야외 활동 후에는 모기 기피제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옷을 잘 터는 것, 손을 깨끗이 씻는 것과 같은 기본 위생 수칙을 습관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기후변화 관점으로 생태계를 바라보는 연습





최근 특정 곤충이 대거 출몰하는 현상은 기후 위기라는 더 큰 이야기를 나눌 좋은 기회다. 대표적인 예로 여름마다 도심에 출몰하기 시작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등장은 급격한 온도와 습도 변화가 대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외래종인 검은말벌 역시 기온 상승에 따라 서식 가능 지역이 확대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이는 꿀벌 생존의 위협과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곤충 출몰에 무턱대고 질색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이 벌레는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불편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만 여겨지는 곤충이 사실은 생태계가 보내는 기후변화의 경고이자 인류의 책임임을 이해할 때, 아이의 시야는 더 넓게 확장될 수 있다.



결국 작은 벌레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공포심을 인정하되 이를 다스리기 위해 노력할 때, 아이는앞으로 마주할 더 크고 복잡한 세상을 편견 없이 포용하면서 살아갈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박은아 객원기자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석현준 용인FC 합류
    석현준 용인FC 합류
  2. 2김수현 김새론 녹취록
    김수현 김새론 녹취록
  3. 3김혜경 여사 UAE
    김혜경 여사 UAE
  4. 4서명진 7연패 탈출
    서명진 7연패 탈출
  5. 5KB스타즈 삼성생명 청용대전
    KB스타즈 삼성생명 청용대전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