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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최우선에 둔 내각, 기대와 우려 [박찬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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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첫 내각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첫 내각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수 | 대기자



새 정부 조각(組閣)의 마지막을 장식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인사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용’은 곧 ‘성과’와 직결된다. 아이엠에프(IMF) 못지않은 경제 위기를 넘어서려면 ‘가시적 성과를 내는 정부’가 필요하고, 바로 그런 목표에 적합한 인물을 최대한 찾아내 배치하는 게 첫 내각 인선의 핵심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다. 성과에 능숙한 기업인 출신이 여럿 발탁된 건 그런 연장선에 있다. 국내 최대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 출신 두 사람(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을 한꺼번에 장관에 기용한 건 과거 정부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안배나 정치적 고려 등의 관행적 인사 기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19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민주당 국회의원(8명)이 거의 절반에 이른 것도 비슷한 맥락일 터다. 갑작스레 출범한 정부에서 국회의원 만큼 관료를 빠르게 장악해서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반면에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은 현실 감각이 부족하고, 관료는 단시일 안에 변화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이 대통령은 시장과 도지사 경험을 통해 판단한 듯 싶다.



이런 첫 인선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문제는 성과를 내고 변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그게 어떤 방향과 내용을 담은 변화일지 국민에게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예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발탁을 두고 대통령실은 “민간 출신의 전문성과 참신성을 기반으로 ‘케이(K) 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 구상을 현실로 만들 새로운 시이오(CEO)”라고 설명했다. 케이 컬쳐 시장을 키우겠다는 목표는 알겠지만, 어떤 콘텐츠로 무엇을 해 나갈지를 새 장관 후보자의 이력만으론 짐작하기 어렵다.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한류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세계로 뻗어 나간 건 2000년대 초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다. 과감하게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해서 국내 문화 경쟁력을 키웠고, 콘텐츠진흥원 등을 만들어 우수한 인재들을 대거 콘텐츠 산업으로 끌어들인 게 발판이 됐다. 결국 핵심은 콘텐츠에 있다.



내용과 방향의 모호함을 대통령의 유능함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한 달 동안 국무회의와 기자회견, 타운홀 미팅을 통해 전임 윤석열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효율적으로 정부를 움직이고 그 내용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각인했다. 지난주 만난 어느 보수 원로 변호사는 “이 대통령이 기대 이상이다. 너무 일을 잘한다”고 칭찬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이다. 국정 운영의 효용감이 폭넓게 퍼진 건, 국민의힘 아성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 가까이 올라간 데서도 확인된다.



대통령은 장관들이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해서 최대한 성과를 거두라고 독려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걸림돌은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조정하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타운홀 미팅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설득하는 데 탁월한 면이 있다. 또한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실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서 정책 조정과 추진을 뒷받침하는 건 국정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대통령 업무의 폭과 깊이는 경기지사나 성남시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은 정권 초기라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대통령이 모든 일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게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5년간 수없이 많은 현안에서 나타날 상반된 요구와 판단을 대통령 혼자서 조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방향과 노선을 철저히 공유하되 장관 스스로 각 분야 갈등을 조정하고 뛰어넘게 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주부터 국회의 장관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12·3 내란을 옹호한 국민의힘은 이미 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능력도 자격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장관 인사청문회가 통과 의례처럼 흘러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인수위 없는 정부 출범으로 검증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까, 여러 정권을 거치며 나름 축적해온 고위 공직 인사 기준이 이번엔 좀 흐려진 느낌이 든다. 정부와 민주당은 장관 후보자 한두 사람의 낙마가 국정 동력을 떨어뜨릴 거라는 우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국민 신뢰를 잃은 장관을 지키는 게 정권엔 치명적일 수 있는 법이다.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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