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육리수'의 지혜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사진=AI 생성, SDG뉴스) |
인류의 역사는 태초부터 빈곤의 그림자와 끊임없이 맞서왔다. 삶의 터전이 메마르고 희망의 불씨가 희미해지는 곳마다 고통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삶의 존엄성"차 위협받으며 고통받고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첫 번째이자 가장 근본적인 목표가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Leave No One Behind)'라는 숭고한 원칙 아래, 빈곤을 인류 공동의 과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우리의 의지가 담겨 있다.
◆ 천자문에 담긴 '인본포용성'의 씨앗: '애육리수'와 '안거낙업'
'천자문'은 이러한 인류의 오랜 염원에 깊이 공명한다. '애육려수(愛育黎首), 신복융강(臣伏戎羌)'이라는 구절은 특히 그 울림이 깊다. '애육려수(愛育黎首)'는 '사랑 애(愛)', '기를 육(育)', '검을 려(黎)', '머리 수(首)'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려수(黎首)'는 '검은 머리', 즉 평범한 백성, 서민을 일컫는다.
'주해천자문'은 이 구절을 "백성을 사랑하고 길러주니"라고 해석하며, 통치자가 백성을 사랑과 보살핌으로 다스릴 때, 심지어 외부의 이민"까지도 자연스럽게 따르게 됨을 설명한다. 이는 강제적 힘이 아닌 덕(德)과 포용(包容)에 기반한 통치가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가져온다는 동양의 전통적인 '덕치(德治)' 사상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안거낙업(安居樂業)'이라는 구절 또한 빈곤 퇴치의 본질을 꿰뚫는다. '안(安)'은 편안함, '거(居)'는 거주, '낙(樂)'은 즐거움, '업(業)'은 직업을 의미한다. '주해천자문'은 이 구절을 직접적으로 풀이하지 않았지만, 문맥상 '편안히 살고 즐겁게 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삶의 터전을 보장받고, 자신의 노동을 통해 자립하며,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빈곤은 단순한 재화의 부"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안정과 행복을 박탈당하는 상태이다. '안거낙업'은 이러한 인간다운 삶의 기본 "건을 제시하며, 빈곤 퇴치의 궁극적인 목표를 명확히 한다.
이 두 구절, '애육리수'와 '안거낙업'은 이 글에서 제안하는 '인본포용성(人本包容性, Human-Centric Inclusiveness)'이라는 사회과학적 개념의 근간을 이룬다. 인본포용성은 모든 인간의 존엄과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사회를 구현하고자 한다. 고전의 인애 정신은 현대의 포용성을 지지하며,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대한 근본적인 윤리적 동기를 제공한다. 통치자가 백성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백성이 편안히 살며 즐겁게 일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곧 빈곤을 종식시키고 모든 사람에게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인본포용성'의 실현인 것이다.
◆ 정책을 넘어 마음으로: 빈곤 퇴치를 위한 고전의 지혜
오늘날 국제 사회는 SDG 1 목표 달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유엔의 '미래를 위한 협약(Pact for the Future, PFF)'은 '지속가능발전과 개발 재정' 부분에서 '빈곤 퇴치를 우리의 노력 중심에 둘 것'임을 분명히 하며,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원칙을 재차 강"한다. 이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강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취약 계층의 경제적 자산 접근성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 실행을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유엔개발계획(UNDP)은 각국 정부와 협력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소액 금융 지원을 통해 빈곤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장려금 등 다양한 정책으로 빈곤층의 삶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경제적 노력만으로는 빈곤의 근본을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애육리수'와 '안거낙업'이 일깨우는 고전의 지혜는, 빈곤 퇴치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 그리고 모든 구성원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돼야 함을 강"한다.
이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천자문의 가르침을 통해 타인에 대한 공감과 나눔의 정신을 불어넣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것은, 미래 세대가 '인본포용성'을 실현하는 주역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빈곤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모든 이가 존엄한 삶을 누리는 세상. 이는 고대 성현들의 이상이었고, 오늘날 인류 공동의 염원이다. 천자문의 지혜는 이 숭고한 여정에 따뜻한 등불이 돼줄 것이다.
■이창언 교수 약력
-경주대학교 SDGs·ESG 연구소 소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국NGO학회 연구윤리위원장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부회장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위원
-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SDG뉴스 이창언 경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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