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금정산 표지석./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는 부산 금정산 고당봉 정상 표지석이 본드로 훼손돼 구청이 제거 작업에 나섰다.
14일 부산 금정구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금정구 정상 해발 801.5m 고당봉에 세워진 표지석이 훼손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표지석에는 금정산 고당봉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고당’이라는 글자 위에 ‘금정’이라고 적힌 노란 종이가 붙어 있었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구청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글자가 적힌 종이는 이미 제거된 상태였다. 하지만 접착제로 인해 표지석 글자 일부의 색이 벗겨졌다. 구청은 전문 업체를 통해 표지석에 남은 접착제 잔여물 등을 처리할 방침이다.
현장에 CCTV가 없어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구청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 수사 의뢰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정산 고당봉 표지석은 이전에도 여러 번 수난을 겪었다. 2016년 8월 폭우를 동반한 낙뢰에 기존 표지석이 훼손되면서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다시 세웠다.
그러나 2018년 누군가 표지석 뒤편에 거울 3장을 붙여 금정산의 기상을 표현하는 축문을 가리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누군가 금정산의 기운을 뽑아가기 위해 이 같은 무속 행위를 벌였다는 추측이 나왔다.
다음 해에는 표지석에 ‘금정봉(金井峯)’이라는 한자와 함께 ‘이 돌이 깨어 부수어지는 그날까지 떨지 마시라’ ‘앞뒤 사진을 찍어 알려주십시오’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잇따른 표지석 훼손이 무속인들의 소행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금정산 일대에는 무속인들이 의식을 치르는 곳이 곳곳에 있었는데,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시 무속 행위 공간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일부 무속인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금정산은 수달과 붉은배새매 등 멸종 위기종 13종을 포함한 생물 1782종의 보금자리이자, 기암과 습지 등 자연경관 자원 60개, 문화자원 105점이 있는 부산의 대표 산이다. 부산시는 금정산 7만3000여㎢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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