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2027년까지 국방 예산 약 103조원으로 증액”

13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국방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협을 이유로 향후 2년간 국방 예산 65억유로(약 10조4600억원)를 추가로 지출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경우 2027년 프랑스 국방비는 640억유로(약 103조원)에 달하게 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혁명기념일(7월14일)을 하루 앞둔 이날 국방부 연설에서 국방비 증강 계획을 밝히며 “이 세상에서 자유로우려면, 우리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려면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국방 예산 지출을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기간을 단축해 2027년까지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마크롱 대통령은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인 2017년 프랑스 국방 예산은 320억유로(약 51조원) 가량이었는데, 2027년엔 그 두 배인 640억유로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위해 2026년 35억유로(5조6000억원), 2027년 30억유로(4조8000억원)를 추가로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1945년 이래로 자유가 이렇게 위협받은 적은 없었다”며 “더 이상 후방도 없고 전선도 없다. 이는 우리의 능력, 힘, 그리고 국가 전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하며 국방 예산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자강 역시 거론하며 “우리 유럽인들은 우리의 안보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에 더해 “미국이 불확실성의 형태를 더했다”며 외국 정부에 의한 온라인상 허위 정보와 선전 문제 등도 위협으로 꼽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통적인 유럽 동맹과의 관계를 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맞서 유럽의 자강을 주장해 왔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의 유일한 핵 보유이기도 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방부에 향후 유럽 국가들과 프랑스 핵무기의 역할을 논의할 전략적 대화도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프랑스의 핵 능력 관련 예산은 전체 장비 예산의 13%를 차지하고, 항공 모함과 함께 20만명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2035년까지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기로 합의한 뒤 나왔다. 올해 기준 프랑스의 국방비 지출 수준은 국내총생산의 2% 남짓이다. 2035년까지 최소 3.5%를 핵심 국방 지출에 쓰고, 나머지 1.5%를 안보 관련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는 나토 목표에 견줬을 때, 재정 적자 문제를 겪는 프랑스로선 기준을 충족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 총리실 산하 정책 분석 기관인 ‘프랑스 스트라테지’는 보고서를 내어 국내총생산의 3%를 국방 분야에 쓰려면 연간 국방 예산을 약 1000억유로(약 160조원)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짚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예산 조달 방안에 대해 “우리는 이 재무장을 국가 부채로 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경제활동과 더 높은 생산을 통해 충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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