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욕 캐피탈원 카페/사진=이창명 기자 |
지난달 방문한 뉴욕 맨해튼에선 실내에서 노트북을 켜고 앉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익숙한 스타벅스부터 가보지만 매장 자체가 좁고, 앉을 공간이 없던 곳도 있다.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곳들도 테이블이 작거나 한 방향 좌석이라 불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맨해튼에서 넓은 공간에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캐피탈원 카페다. 맨해튼에선 드물게 노트북을 펼치거나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데 놀랍게도 이곳은 은행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체이스, 씨티, 웰스파고 같은 메이저은행은 아니지만 맨해튼에만 6군데가 있다는 카페 덕분에 더 눈에 띄고 존재감도 크다. 유튜브 등엔 이미 많은 후기들이 있는데 스타벅스의 잠재적 경쟁자라는 리뷰도 있다.
국내 은행 주재원은 이곳을 "커피에 진심인 은행"이라고 소개해줬다. 쾌적한 카페로 변신한 지점은 고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고, 거래 고객이면 커피도 반값이다. 한눈에도 젊은층이 많다. 고객들이 원하면 앰배서더로 불리는 이들이 각종 서비스를 직접 상담해주거나 담당자를 연결해준다. 아무리 모바일뱅킹이 대세인 시대라지만 오프라인을 포기할 수 없다는 슬로건 'Bank from anywhere. Starting here.'(어디서든 은행 업무를 보세요. 시작은 여기서부터)에서 이들이 카페에 진심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콘셉트로 캐피탈원 카페는 현재 미국 전역에 50개가 넘는 매장을 두고 있다. 카페를 내세워 은행도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하고 있다.
캐피탈원을 보면서 지점 줄이기에만 급급한 국내 은행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국내 은행 지점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말 4836개였던 전국 은행 지점은 올해 1분기엔 4591개로 1년새 245개가 문을 닫았다. 은행들은 최근 은행업무를 우체국 등에 위탁하는 은행대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앞으로 더 많은 지점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금융 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해결이 가능해지면서 오프라인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에 경험할 수 있었다.
맨해튼의 랄프로렌 커피/사진=이창명 기자 |
랄프 로렌 같은 패션 브랜드도 맨해튼 매장에 카페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커피맛이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랄프 로렌 매장만이 제공해줄 수 있는 공간 안에서 커피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쓰고 있었다.
은행에 카페를 열자는 말이 아니다. 은행들이 공동 운영한다는 우체국 위탁 지점도 그 안에 아무런 콘텐츠가 없다면 결국 오래 못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은행 지점을 고령층이 주로 찾는 공간이 된다면 미래는 더 '노답'일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들도 미래 고객인 젊은층과 외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오프라인 지점을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좀 더 고민했으면 한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뉴욕은 비대면 시대에도 오프라인 가치는 계속되고, 오히려 더 중요한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