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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중현]‘타코’ 트럼프 관세 국가별 백태

동아일보 박중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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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 최고 관세율을 부과한 나라는 아프리카 남부의 레소토다. 인구 200만 명, 국내총생산(GDP) 3조 원이 채 안 되는 소국이다. 다이아몬드, 임가공 리바이스 청바지 등 대미 수출이 재작년 3270억 원 규모인데, 다음 달 1일부터 50% 상호관세를 물어야 한다. 미국산 제품 수입이 미미하다 보니 무역적자액을 수입액으로 나눈 ‘황당 관세 공식’의 직격탄을 맞고 국가경제가 휘청거리는 중이다.

▷두 차례 연장 끝에 관세 부과 최종시한으로 통보된 8월 1일을 앞두고 백악관발 관세 서한을 받은 각국 정부의 표정이 천양지차다. 미얀마의 경우 40% 고율관세 폭탄을 맞고도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반응이다. 미얀마의 관세율은 40%로 25∼36%인 주변국보다 높다. 그런데도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트럼프 리더십을 극찬하는 답장을 공개했다. 4년 전 쿠데타로 집권한 뒤 처음으로 미국이 ‘공식 정부’ 대우를 해줘 고맙다는 것이다.

▷50% 관세가 통보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동등한 대미 보복관세를 다짐하며 기세가 등등하다. 대미 무역 비중이 GDP의 1.7%로 크지 않은 데다, 관세를 계기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면 좌파의 내년 대선 승리가 더 쉬워질 거란 계산이다. 오히려 미국에서 소비되는 커피의 3분의 1, 오렌지주스의 절반 이상이 브라질산이어서 관세 부과로 인한 미국 쪽 충격이 더 클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는 35%를 통보받고 찬물을 뒤집어쓴 분위기다. 캐나다와 같이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에 30% 관세가 부과되면서 쇼크는 더 커졌다. 트럼프는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물리면, 그만큼 35%에 추가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트럼프 정부에 당당히 맞서겠다며 4월 재집권한 중도좌파 자유당,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캐나다인에 대한 트럼프의 뒤끝이란 해석이 있다. 당초보다 1% 높아진 25% 관세율을 받은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를 직접 만나고, 여섯 차례 협상을 성실히 진행하고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관세전쟁의 클라이맥스인 다음 달 1일이 다가오는데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의외로 평온하다. 고관세 충격 우려에도 미국 증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트럼프는 언제나 꽁무니를 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타코(TACO)’ 별명처럼 이번에도 막판에 발을 뺄 거란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불확실한 ‘희망적 사고’에 휩쓸려 긴장의 끈을 늦추다가 관세 급등의 충격을 받는다면 하반기 한국의 경기 회복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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