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시공회사와 협의한 끝에 추가공사를 하기로 해 도급금액을 올려주었는데, 그 금액이 과다하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법정에서 변론을 다 들은 재판장이 웃음 띤 얼굴로 이런 말을 했다. “피고인, 우리나라에는 ‘과실에 의한 배임죄’라는 게 있습니다. 아시는지요?” 물론 우리 형법상 과실배임죄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거래로 인식하고 일을 처리했다가 결과가 나쁠 경우 자칫 잘못되면 배임죄로 처벌되는 예는 종종 있다. 다행히 그 조합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기소된 행위가 과연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가는 사건은 적지 않다. 배임죄에서 다른 유형의 범죄보다 무죄율이 높은 것은 이런 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배임죄로 기소된 기업인들이 억울해하는 것 중 하나는 본인 생각으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느 날 갑자기 배임 행위로 문죄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느 대기업의 회장은 업무상배임죄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한 뒤 배임죄의 성격에 관한 나의 설명을 듣고는 “내가 왜 우리 회사를 배신한단 말이냐”며 펄펄 뛰었다. 문제는, 거래 당시엔 합리적인 판단에 따랐는데 나중에 결과가 좋지 않아 배임죄로 처벌받는 경우다. 기업의 이윤이 경영에 따르는 위험에 대한 대가라는 이론에 동의한다면, 안전하다는 확신 없이 하는 의사 결정과 그에 따른 투자 행위가 배임죄로 처벌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심지어 거래 당시에 그 나름대로는 합리적 판단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해 나중에 결과까지 좋았는데도 처벌된 예마저 여럿 보았다.
우리 형법상 배임죄의 모태는 독일 형법상의 불신실죄라고 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배임죄를 처벌하는 나라도 여럿 있지만, 딱히 우리 형법과 같은 내용의 배임죄를 두고 있지 않거나 두더라도 제한적으로만 처벌하는 나라도 있다. 남용 가능성을 우려한 배임죄의 폐지론은 여러 학자나 실무가가 주장하지만, 유지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엔 시중은행들이 권력자의 청탁을 받아 부실한 담보를 잡고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행위가 종종 있었는데, 이에 대한 처벌도 배임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임죄로 기소된 기업인들이 억울해하는 것 중 하나는 본인 생각으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느 날 갑자기 배임 행위로 문죄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느 대기업의 회장은 업무상배임죄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한 뒤 배임죄의 성격에 관한 나의 설명을 듣고는 “내가 왜 우리 회사를 배신한단 말이냐”며 펄펄 뛰었다. 문제는, 거래 당시엔 합리적인 판단에 따랐는데 나중에 결과가 좋지 않아 배임죄로 처벌받는 경우다. 기업의 이윤이 경영에 따르는 위험에 대한 대가라는 이론에 동의한다면, 안전하다는 확신 없이 하는 의사 결정과 그에 따른 투자 행위가 배임죄로 처벌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심지어 거래 당시에 그 나름대로는 합리적 판단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해 나중에 결과까지 좋았는데도 처벌된 예마저 여럿 보았다.
우리 형법상 배임죄의 모태는 독일 형법상의 불신실죄라고 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배임죄를 처벌하는 나라도 여럿 있지만, 딱히 우리 형법과 같은 내용의 배임죄를 두고 있지 않거나 두더라도 제한적으로만 처벌하는 나라도 있다. 남용 가능성을 우려한 배임죄의 폐지론은 여러 학자나 실무가가 주장하지만, 유지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엔 시중은행들이 권력자의 청탁을 받아 부실한 담보를 잡고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행위가 종종 있었는데, 이에 대한 처벌도 배임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이나 제삼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그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다. 회사의 이사가 직무 수행 중 주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담해야 하는데, 상법에 이에 관한 규정은 없었다. 대법원은 2004년 판결에서 그런 의무의 존재를 부정했고,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하고 이를 이재용에게 몰아준 행위가 회사에 대한 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200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이사의 행위로 주주에게 주가 하락 등의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가 되지 않는다’는 별개의견이 나왔다.
따라서 국회가 지난 3일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이사의 행위로 인해 주주가 손해를 입을 경우 배임죄가 성립할 길을 열어놓은 것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이사의 행위가 회사의 경영 전반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이었을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추후 배임죄 규정 중 경영상 면책 규정을 넣는 등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대법원은 이미 2005년에 미국법에서 말하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받아들여, 기업 경영자나 이사 등이 객관적으로 보아 명백히 불합리하거나 회사의 이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013년에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 배임죄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입법되지는 못했다. 반대 이유 중 하나는 재벌들의 편법 행위를 면책해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경영 판단의 원칙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배임죄 처벌의 사법 운영에서 자칫하면 배임죄가 ‘걸면 걸리는 범죄’가 되고 마는 법현실이다. 그 전형적 예가 검찰이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했던 사건이다. 그 사건에서는 무죄 판결이 났지만, 기소된 사건 중 98% 이상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는 형사사법 현실에서 경영 판단에 대한 면책 규정을 신설한다고 해도 검찰이나 법원이 이 원칙을 시원하게 적용해줄지는 미지수다. 털어서 걸리면 기소하고 기소하면 쉽게 유죄 판결이 나오는 풍토라면 법을 바꾸어도 별로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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