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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죽어나가는 가축들…“환기팬 풀가동해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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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도 ‘히트플레이션’

여름 들어 60만여마리 폐사, 작년의 11배…최근 하루 평균 8만마리 육박
축산물 가격 평년보다 8%나 상승…“축산농 지원 정부 예산 적극 집행을”

“이렇게 더운 적이 없었어요. 요즘은 닭이 정말 쪄 죽습니다.” 경북 성주의 산란계 농장주 A씨는 수시로 날씨 예보를 본다. 새벽이나 밤에는 일부만 돌리던 환기 팬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축사에선 환기 팬이 냉방 역할을 한다. 닭들에게 주는 비타민 양을 늘렸지만 이른 폭염에는 속수무책이다. 지난 7일에는 수십마리의 닭이 폐사했다.

A씨는 “우리 농가는 지을 때 벽도 두껍게 만들고, 그늘막도 넓게 쳐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인데도 지금처럼 더우면 별 의미가 없다”며 “폭염이 일찍 시작된 만큼 오래갈 텐데 전기료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가축 집단 폐사가 늘면서 축산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가축 폐사로 인한 수급난으로 닭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축산농가가 체감할 수 있도록 축사의 냉난방시설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올해 5월2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폐사한 가축은 총 60만4636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3238마리)의 약 11배 규모다. 최근 하루 가축 폐사 규모는 8만마리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가축 폐사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위에 취약한 닭과 오리를 키우거나 냉방·환기시설이 미흡한 농가일수록 크다.

이 같은 속도라면 올해 축산농가 피해는 전년도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지난해에도 폭염 피해가 컸다. 지난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6월10일부터 9월12일까지 돼지와 닭 등 가축 142만4065마리가 폐사했다. 전년(90만3478마리) 대비 57.6% 증가한 규모다.

축산물 가격은 오름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12일 기준 육계 1㎏당 소매가격은 6160원으로, 폭염 전인 5월20일 평균 가격(5653원)보다 약 9.0% 올랐다. 평년(직전 5개년 중 최고·최저를 제외한 평균) 가격(5703원)과 비교해도 8%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겹살 100g의 소비자가격도 2579원에서 2672원으로 소폭 올랐다.


축산농가의 폭염 피해는 관련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생크림 대란’이 벌어진 바 있다. 더위에 취약한 젖소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생크림의 원료가 되는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다. 동네 빵집이나 개인 디저트 카페 등 소규모 개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실제 축산농가가 체감할 수 있도록 예산 집행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 예산은 집행률이 저조해 매년 삭감돼왔다. 한돈농가 등 축산업계는 축사 냉난방 장치 신규 지원, 폭염·혹한 대비 시설 지원 강화 등 지원 항목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3일 폭염 피해 대응 상황 점검을 위해 충남 홍성군 양돈농가를 방문, “농장주에게 농식품부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한 냉방기 지원을 안내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효율적인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상영·김세훈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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