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폭염에 과일·채소·수산물 값 급등…‘히트플레이션’ 습격

폭염이 계속된 8일 경북 고령군 다산면 한 밭에서 농민이 잡초 뽑는 작업을 하다 땀을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짧은 장마와 때 이른 폭염으로 과일·채소·수산물 체감 물가가 오르는 ‘히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폭염이 길어질 경우 고온에 취약한 일부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도 기민한 대응에 나섰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정보를 보면, 일부 농·축·수산물의 소비자가격은 올해 상반기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를 상회하는 두자릿수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기준 수박 1통은 평균 2만9115원으로 3만원에 가깝게 거래됐다. 전년(2만1336원) 대비 36.5% 상승했고, 일주일 전인 4일(2만3763원)과 비교해도 22.5%나 오른 가격이다. 지난달 장마 등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이 늦어진 상황에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으로 수요는 늘었기 때문이다. 대체재인 참외값(10개 1만6168원)도 지난달보단 16.4% 낮지만 1년 전에 견주면 15.1% 올랐다. 기온이 오르면서 병해충이 증가해 면적당 생산량이 감소한 여파다. 복숭아(백도 10개)와 멜론(1개)도 각각 2만3097원, 1만76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3%, 21.7%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더위에 약한 잎채소류 가격도 치솟고 있다. 깻잎(100g)은 11일 기준 2648원으로 전년(2315원)보다 14.4% 올랐고, 배추(1포기 4309원)는 1년 전보단 10% 넘게 떨어졌지만 일주일 전(3381원)보다 27.4% 오르며 1포기 4천원을 돌파했다. 시금치(100g 1423원)와 적상추(100g 1217원)도 일주일 전보다 각각 19.8%, 9.0% 올랐다. 잎채소는 30도 이상 고온에서 생산량이 감소하는데, 여름철 휴가 등으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뜨거워진 바다에 수산물 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염장 고등어 1손은 6437원으로 1년 전보다 37.7%나 올랐다. 고수온으로 우리나라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는 고등어류의 생산이 줄어든 여파다. ‘국민 횟감’ 광어와 우럭도 6월 도매가 기준으로 ㎏당 각각 1만9300원, 1만6125원으로 1년 전보다 14.0%, 41.8% 급등했다. 지난해 높아진 수온으로 폐사량이 급증해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 8일 발간한 수산관측 보고서에서 7∼8월에도 광어와 우럭은 고수온으로 1년 전보다 출하량은 줄지만, 휴가철 소비자 수요는 늘면서 도매가가 두자릿수로 뛸 거라 전망했다. 한편 폭염으로 폐사율이 높아진 닭고기(㎏) 소매가는 6070원으로 1년 전과 비슷하지만 일주일 전보다는 5.0% 올랐다.

폭염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자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에 취약한 배추농가에 병해충 방제 약제를 지원하고, 돼지·닭 폐사에 대비해 고위험 농가 사전점검 및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할인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판매 가능한 물량을 시장에 유통하는 조기출하를 독려하고 가두리양식장의 긴급 방류를 강조하는 한편, 주요 양식장 현장점검 등을 통해 피해 예방에 나선다고 밝혔다. 정부는 14일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물가 안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