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한미 간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커지는 논란에 대해 "전작권 전환은 대미(對美) 협상 카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추진하고 있는 통상·안보 패키지 딜과 전작권 전환은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보수 야당이 "주한미군 주둔 명분을 약화시키고, 심지어 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위 실장 발언과 별개로 민감한 한미동맹과 안보 사안의 특성상 전작권 전환 문제를 둘러싼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위 실장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전작권 전환은 장기 현안일 뿐이며 다른 채널에서도 협의가 이뤄지는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주장하면 미국과 협상에서 우리 측 담론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경계했다. 위 실장은 통화에서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으나 전작권 전환은 화두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위 실장은 관세·통상 담판론에도 선을 그었다. 국익이 걸린 사안인 만큼 '한판 승부'로 끝낼 수 있는 이슈가 아니라는 취지다. 위 실장은 "고려시대 서희(徐熙)나 삼국지에서 나오는 담판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협상이란 교두보를 만들어 진전을 이뤄 나가면서 몇 달을 해야 끝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반박한 것이다. 위 실장은 루비오 국무장관과는 한미 동맹이라는 큰 틀에서 협상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나 상무부는 관세·비관세와 투자 영역을 다루고 있지만, 루비오 국무장관은 한미 관계 전반과 관련된 인사"라며 패키지 딜을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데다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야당 공세에 휘말리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함께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 안팎에서는 패키지 딜에 전작권 전환을 담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작권은 전시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권한으로, 한국의 경우 미군 대장인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관세·통상 현안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면서까지 전작권 전환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군에 전작권을 조기에 넘기더라도 미국으로선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군 내부에서도 전작권을 일찍 돌려받기에는 자체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적지 않다.
한미 양국은 2014년부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해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나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속도를 늦췄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전작권 전환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도 했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전작권 전환을 다시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러한 가운데 야당은 물론 국정기획위원회 등 정부 외곽에서도 전작권 전환 이슈가 불거지며 논란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는 전작권 전환 추진"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실도 공식 입장을 내며 전작권 전환 논의를 진화했다. 대통령실은 "전작권 전환은 과거부터 한미 간에 계속 논의된 장기적 현안으로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면서 "새 정부에서 전환 현안을 새로 개시한 적은 없으며 협상 카드에 포함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비(非) 외교적' 충격 전략을 통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나 국방예산 증액을 노리고 전작권 전환 문제를 이슈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원한 한미관계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이처럼 동맹보다 거래를 우선하는 변칙 플레이를 한다면 한국 역시 호락호락하게 원하는 것을 주기보다 분명하고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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