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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속 아이돌이 실시간 콘서트·팬미팅까지?

조선일보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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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젊은 층 열광하는
가상 아이돌 전성시대
8월 서울 송파구에 있는 1만5000여 석 규모의 KSPO돔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3만명이 몰렸고, 공연 1~3회 차 모두 전석 매진됐다. 15만4000원짜리 티켓을 220만원에 팔겠다는 글이 티켓 거래 앱에 올라오기도 했다. 누구의 공연이기에? 아이돌은 아이돌인데, 실제 사람이 아니다. 주인공은 5인조 가상 보이그룹 ‘플레이브’. 아바타(가상 인물)로 활동하는 디지털 세상 속 아이돌이다.

플레이브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4월과 10월에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3000석 규모 좌석이 꽉 찼다. 당시 팬들은 공연장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오래도록 꿈꿔 온 순간이야’ ‘함께해 줘서 고마워’ 같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봉을 흔들었다. 지난해 두 번의 콘서트 모두 갔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팬들에게 ‘같이 사진 찍자’며 포즈를 취해 주기도 하고, 일반 가수 콘서트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며 “특수 효과 때문에 실제 가수가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플레이브는 내달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타이베이·홍콩·자카르타·방콕·도쿄에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한다. 2023년 3월 등장한 플레이브는 누적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5억3900만뷰에 달한다.

웬만한 팬덤 없이 어렵다는 세계 투어 콘서트를 열고 TV 속 실시간 음악 방송에 출연한다. 가상의 존재이기에 모든 활동의 기반은 ‘화면’이다. 그런데도 갈수록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완벽한 우상(Idol)’이라고도 불린다. 왜일까.

5인조 가상 아이돌 그룹인 '플레이브'가 신곡 발표를 하는 모습. /블래스트

5인조 가상 아이돌 그룹인 '플레이브'가 신곡 발표를 하는 모습. /블래스트


◇“어느 공간에서든 만날 수 있어”

지난달 27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한 상영관에서는 또 다른 가상 아이돌의 쇼케이스가 마련됐다. “안녕하세요, 신인 가수 ‘문보나’입니다!” 스크린에 등장한 여성 캐릭터가 자신을 소개한 후 신곡을 불렀다. 회전판을 돌려 ‘가장 좋아하는 것’ ‘오늘 기분은?’ 같은 질문을 뽑아 실시간으로 답하기도 했다. 이날 200여 석 규모의 좌석은 빈자리가 없었다.

가상 아이돌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실제 사람처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상 아이돌은 대부분 사람의 동작·표정을 실시간으로 따라 하는 인식 기술(모션 캡처)을 기반으로 한다. 화면 속 가상의 캐릭터가 누군가의 손짓이나 발짓, 음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식이다. 가상 아이돌 콘서트장에 갔다 온 사람들은 “가수와 직접 소통하는 현장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말한다.

실체 없는 가수에 열광하는 이들은 ‘실망시킬 일 없는 완벽함’을 매력 중 하나로 꼽는다. 음주 운전이나 마약 등 사건·사고 위험도 없고 비밀 연애로 마음 상할 일도 없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세계관도 매력적이다. 허보람(22)씨는 “가상 아이돌 콘서트장에 간 적이 있는데, 연출에 물리적 한계가 없었다”며 “마치 우주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디지털 공간 속에 존재하지만 팬들과의 접점도 많다. 오프라인보다 소통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캠핑 가거나 수다 떠는 형식의 리얼리티 예능을 자체 제작해 유튜브로 실시간 스트리밍하고 댓글에 즉각 답변해 주는 식이다. 팬미팅도 무리 없이 이뤄진다. 6인조 가상 아이돌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은 디지털 가상 공간(메타버스)에서 팬미팅을 했다. 3D 게임 속을 떠올리면 된다. 사람과 달리 가상 아이돌은 어느 공간에서든 팬들과 만날 수 있다.

◇‘K팝 데몬헌터스’와 다른 점?

가상 아이돌의 ‘소속사’는 상당수가 AI·XR(확장 현실) 기술 개발 회사다. 기술 홍보를 목적으로 스타트업 등이 가상 아이돌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브는 컴퓨터 그래픽 개발 전문 업체 ‘블래스트’가 만들었다. 가상 아이돌 인기가 높아지자 최근에는 대형 연예 기획사도 뛰어들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모델 에이전시 케이플러스는 여성형 가상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사람 아닌 화면 속 캐릭터에 열광하는 현상은 과거부터 있었다. 최근 애니메이션 ‘K팝 데몬헌터스’가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영화 속 아이돌 그룹을 덕질(좋아하는 가수 등을 파고드는 것)하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처럼. 그러나 즉각적인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상 아이돌과 영화·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가장 큰 차이다. “점심 먹었어요?” 물었을 때 묵묵부답인 일반 캐릭터와 달리, 가상 아이돌은 “네, 김치찌개요”라고 답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와의 상호작용 등이 잘 이뤄진다면 가상 아이돌은 충분히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가상 아이돌 팬은 “실체 없는 아바타이기에 오히려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아바타 너머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환상을 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상상과 환상 속에서 무한히 확장되는 ‘완벽한 우상’이라는 것이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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