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가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듯 스포츠 세계에서 유니폼을 바꿔 입는 사례는 흔하다.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 팀과 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사건이 터진다. 2000년 스페인 프로축구(라리가)에서 벌어진 루이스 피구의 이적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이 된 트레이드로 꼽힌다. FC바르셀로나의 피구가 ‘라이벌’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레알 마드리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일이다.
피구는 유럽 축구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전에 가장 유명한 포르투갈 선수로 세계 축구계의 수퍼스타였다. 축구 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와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을 모두 받았다. 고향 리스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3세 때인 1995년 ‘빅 클럽’ 바르셀로나의 7번 유니폼을 입으면서 축구 인생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피구는 5시즌 동안 45골에 82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팀은 2년 연속 라리가 우승을 포함해 여러 차례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는 ‘엘 클라시코’는 “축구가 아니라 전쟁”이라고도 한다. 스페인에서 분리 독립하려는 카탈루냐의 중심지 바르셀로나는 중앙 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마드리드를 상대로 민족과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축구를 한다. 바르셀로나 시절 피구도 마드리드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했고, 피구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더 깊어졌다. 이랬던 선수가 다른 팀도 아닌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자 팬들은 패닉에 빠졌다.
피구는 유럽 축구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전에 가장 유명한 포르투갈 선수로 세계 축구계의 수퍼스타였다. 축구 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와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을 모두 받았다. 고향 리스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3세 때인 1995년 ‘빅 클럽’ 바르셀로나의 7번 유니폼을 입으면서 축구 인생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피구는 5시즌 동안 45골에 82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팀은 2년 연속 라리가 우승을 포함해 여러 차례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는 ‘엘 클라시코’는 “축구가 아니라 전쟁”이라고도 한다. 스페인에서 분리 독립하려는 카탈루냐의 중심지 바르셀로나는 중앙 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마드리드를 상대로 민족과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축구를 한다. 바르셀로나 시절 피구도 마드리드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했고, 피구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더 깊어졌다. 이랬던 선수가 다른 팀도 아닌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자 팬들은 패닉에 빠졌다.
피구는 한순간에 ‘추악한 배신자’로 전락했다. 그의 사진과 유니폼으로 연일 화형식이 벌어졌다. 상대팀 선수로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에 출전한 피구는 실제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야유와 욕설은 그나마 나은 편. 팬들은 그를 겨냥해 위스키병을 던지고, 저주의 의미를 담은 돼지머리가 그라운드로 날아들기도 했다. 깊은 애정만큼의 배신감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 스포츠 스타의 이적이 논란거리다. 현역 시절 바르셀로나의 피구와 같은 등번호(7번)를 달았던 야구의 이종범 때문이다. 프로야구 KT 위즈 코치이던 그는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이유로 갑자기 팀을 떠났다. 건강 악화 같은 불가피한 상황도 아닌데 시즌 도중 코치직을 내던진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KT를 응원하지 않더라도 많은 야구팬이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팬들의 분노는 현직 프로야구 코치를 무리하게 영입한 방송사로도 옮겨 붙었다.
팬들의 이런 반응은 이종범 전 코치가 누린 남다른 인기와 야구계에서의 위상 때문이다. 프로야구 최고 스타였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같은 국제무대에선 ‘국민 영웅’ 소리를 들었다.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던 야구계 전설이 소속 팀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예능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행보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야구 붐을 확산하고, 한국 야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이 전 코치의 해명에 더 화가 났다는 사람도 많다.
사직서 내고 이력서 새로 쓰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라 해도 이직을 할 때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일본에선 직장에 불만을 품고 고의로 손해를 끼치는 ‘리벤지(복수) 퇴사’가 사회 문제라고 한다. 사전 예고 없이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도 안 하고 사표를 던지는 직원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꼽는 대표적 ‘비매너 이직자’다. 순위 싸움이 한창일 때 느닷없이 팀을 떠난 프로야구 코치는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좋은 조건이라고 덥석 이직했다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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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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