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김용기 |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전 일자리위 부위원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정부는 시중자금이 부동산에서 금융시장 쪽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정책을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에 맞서기 위해 저금리 기조는 불가피하다. 저금리는 기업 투자와 국내 소비를 촉진해 유효 수요를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최근에 나타난 바와 같이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 거품을 확대할 위험이 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고 금융 시장이 실물경제 성장을 견인하도록 하려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금융의 생산적 기능을 확대하는 게 필수적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과열을 막는 첫번째 방어선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이다. 대통령이 “맛보기”라고 한 것처럼 향후 추가적인 수요 억제책이 나올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개인의 소득 능력을 벗어나는 과도한 대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투기적 목적의 ‘빚투’를 억제하고 가계 부채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다주택자나 투기 목적의 주택 매수를 목적으로 하는 대출을 제한하되,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게는 필요한 대출을 지원하는 정교한 규제 설계가 중요하다.
지난 43년간 1030만채의 신규 분양 주택이 공급되었지만, 무주택가구 비율은 49%에서 44%로 겨우 5%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신규 주택이 다주택자가 아니라 무주택자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원칙 아래 공급 정책이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억제되면, 시중 유동성은 다른 투자처를 찾을 것이다. 한국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자산 중 현금과 예금의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2533조원이다. 가계가 지분증권이나 투자펀드에 기투자한 1109조원의 2배가 넘는 큰 규모다. 이 자금이 생산적인 실물경제 부문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금융 시장을 개조하는 일이야말로, 금융이 실물경제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벤처 펀드 조성 등을 확대할 여지가 없나 살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생산적 투자에 집중하도록, 기업 이익을 연구개발(R&D), 설비 투자, 신기술 개발 등 생산적인 활동에 재투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늘리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자본시장 내에 다양하고 건전한 투자 상품의 개발도 중요하다. 특히 인공지능(AI)·첨단산업펀드 외 중소기업, 인프라 등 실물 경제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유럽장기투자펀드(ELTIF)와 같은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금융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그간 간과했던 정책금융기관의 기능에 주목하면 좋겠다. 한국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와 괴리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금융이 실물경제의 후원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
민간금융기관이 수익성과 위험관리를 최우선으로 함에 따라, 사회 전체적으로 필요한 자금이 꼭 필요한 곳에 공급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정책금융기관이 보완함으로써 미래 성장 가능성이 커도 위험을 우려해 민간금융기관이 자금 공급을 꺼리는 초기 단계의 혁신 스타트업, 미래 신산업 분야에 자금을 선제적으로 공급해 혁신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기술 기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정책금융기관의 몫이다. 담보력이 부족해도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가진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대출, 보증, 투자를 확대하여 실물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모험 자본을 촉진해야 한다.
민간금융기관과 연계하여 고위험 혁신 분야에 공동 투자함으로써 금융 시장 전체에 생산적 투자 위험 감수 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 그간 보수정권은 정책금융기관의 민영화에만 관심을 가졌고, 진보정권은 민간금융시장의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도외시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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