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까 [코즈모폴리턴]

2020년 12월 미국 뉴욕에서 노벨상 메달이 전시되었다. AP 연합뉴스

최우리 | 국제뉴스팀 기자

“노벨 평화상은 진보한테만 수여된다. 나는 노벨 평화상을 네다섯 차례는 받았어야 한다.”

지난달 22일 미국 폭스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에 대해 편향적이며, 이 때문에 자신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비핵화 등 국제평화 비전을 제시한 것을 인정받아 2009년 임기 1년차에 이 상을 받은 것을 마음에 둔 듯한 발언이었다. 우익 팟캐스터 인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공유하기도 했다.

왕이 되고 싶어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차기 교황 선호도를 묻자 자신이 교황도 되고 싶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이 자신에게 돌아와야 하는 당연한 ‘왕관’과 같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왕관을 ‘편향적’인 노벨상 심사위원들에게서 받아내기 위해 그가 내세우는 업적 중 하나는 ‘중동의 평화 실현’이다.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수단 등 아랍권 4개국과 이스라엘의 수교인 ‘아브라함 협정’을 이끌어낸 것을 대표 과업으로 꼽는다.

국내 한 외교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말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싫어하는 진보·엘리트 지식인의 상징과 같은 오바마 대통령처럼 노벨상을 꼭 받고자 한다면, 큰 판을 바꾸는 거래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아브라함 협정의 완성으로 꼽았던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넘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최대 적으로 꼽는 이란까지 이 판에 끌어들인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지금까지는 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가자전쟁의 휴전을 촉구하고, 이란과의 핵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중심의 중동 평화를 끌어낸다고 해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은 적다. 방법이 파괴적이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7일 가자전쟁이 터지면서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 협상을 잠정 중단한 상태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전쟁 종식을 촉구하며, 가자 주민들을 이웃 나라로 강제 이주시킬 것까지 제안하자, 아랍 국가들은 한목소리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위협을 이유로 미국을 끌어들여 12일간의 전쟁까지 치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근한 벗이 되어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일 만찬 자리에서 “세계적으로 평화·안보·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확고하고 뛰어난 헌신을 보여줬다”며 그를 노벨 평화상 수상 후보로 추천하는 서한을 직접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노벨상 후보로 추천된 적이 있다. 네타냐후 총리에 앞서, 인도와의 휴전을 중재했다는 이유로 파키스탄 정부가 지난달 그를 후보로 추천했다.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노리는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등도 그를 추천했다. 그러나 2018년 노벨 평화상 심사기관인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소속의 한 위원은 이미 “더 이상 그는 미국과 세계의 도덕적 지도자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2기 역시 1기만큼 국내외 분란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것 또한 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까.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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