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 7일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10일(현지시각) 부결됐다. 예견된 결과이긴 했으나, 연임 후 2기 집행부를 이끄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불신임안은 전체 720명 의원 중 533명이 참석해 절반이 넘는 의원들의 반대(360표)로 부결됐다. 찬성은 175표, 기권은 18표였다. 가결되려면 투표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만약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집행위원 전체가 사퇴하도록 돼 있어 유럽연합 자체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날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결과가 나온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외부 세력이 우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분열시키려 할 때, 우리의 가치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의무다. 유럽 만세!”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 상정은 유럽의회 내 극우 그룹이 주도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를 지지했던 정당 세력 간 분열도 엿보인다. 처음 투표를 발의한 인물은 유럽의회에서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럽 보수개혁연합(ECR)의 루마니아 출신 게오르게 피페레아 의원이다. 그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화이자 대표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사적으로 보낸 문자 메시지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자질을 비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속한 중도보수 성향의 유럽국민당(EPP)도 최근 기후와 이민 정책 등과 관련해 극우 정당 주장에 호응하는 등 우경화되는 흐름이 강해져 중도·진보 정당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도 성향의 ‘리뉴’와 진보 정당인 녹색당 등은 유럽국민당과 함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비호하는 대신, 선거에서 기권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번 불신임안 부결은 사실 예상된 바였는데, 극우 세력이 주도한 투표에 가세하지 않겠다는 각 연합 정당들의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옹호하기 위해 불신임 반대나 기권을 하진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날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사회민주동맹 이라체 가르시아 페레스 대표도 “우리의 투표가 집행위원회에 비판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최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극우 세력의 공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운 극우 진영 뿐 아니라, 기존 지지층이었던 중도·진보 세력도 점차 그의 리더십에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첫 취임 뒤 연임에 성공해 지난해부터 2기 행정부를 이끄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유럽연합의 대표 기후 공약인 ‘그린딜’ 퇴조 기조에 힘을 실으며 극우 진영과 밀착한다는 비판을 받는 등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수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 자체도 드문 일이다. 역대 불신임안이 가결된 사례도 없다. 2014년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이 처음으로 불신임안에 상정됐지만 부결된 바 있다. 1999년 자크 상테르 당시 집행위원장이 부패 스캔들로 불신임안이 상정된 뒤 자진 사임한 사례는 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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