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크루, 시민참여형 순찰 확산
"취미와 봉사 활동 동시에, 보람"
"목줄을 꼭 하셔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산책로. 주인과 산책 나온 개(몰티즈)가 지나가던 사람에게 달려들며 짖자 산책로를 뛰던 이가 주인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운동화를 신고 운동복을 갖춰 입은 채 일행과 내달리는 이른바 '러닝 크루' 일원이다. 야광봉을 들고 야간 식별띠를 두르는 등 다른 '러닝 크루'와는 차림새가 조금 다르다. 이들의 정체는 뭘까.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전국 최초로 도입해 6월 19일부터 시민 참여형으로 운영하는 '러닝 순찰대'다. 러닝 순찰대는 서대문구뿐 아니라 강남·송파구에서도 각각 저녁 시간대 지역의 주요 산책로와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순찰을 한다. 이들은 불법 주정차, 방치된 구조물을 발견하거나 범죄·화재·구급 상황을 목격하면 112나 119로 신고한다. 위원회는 공익활동 이력이 있는 각 지역 러닝 크루와 협력해 6개월 이상 활동 경력이 있는 총 55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앱) '런데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현장 사진도 공유할 수 있다.
"취미와 봉사 활동 동시에, 보람"
'러닝 순찰대'가 6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산책길을 순찰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목줄을 꼭 하셔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산책로. 주인과 산책 나온 개(몰티즈)가 지나가던 사람에게 달려들며 짖자 산책로를 뛰던 이가 주인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운동화를 신고 운동복을 갖춰 입은 채 일행과 내달리는 이른바 '러닝 크루' 일원이다. 야광봉을 들고 야간 식별띠를 두르는 등 다른 '러닝 크루'와는 차림새가 조금 다르다. 이들의 정체는 뭘까.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전국 최초로 도입해 6월 19일부터 시민 참여형으로 운영하는 '러닝 순찰대'다. 러닝 순찰대는 서대문구뿐 아니라 강남·송파구에서도 각각 저녁 시간대 지역의 주요 산책로와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순찰을 한다. 이들은 불법 주정차, 방치된 구조물을 발견하거나 범죄·화재·구급 상황을 목격하면 112나 119로 신고한다. 위원회는 공익활동 이력이 있는 각 지역 러닝 크루와 협력해 6개월 이상 활동 경력이 있는 총 55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앱) '런데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현장 사진도 공유할 수 있다.
나만을 위한 달리기보다 모두를 위한 달리기가 더 재미있을까. 염민규(38) 서대문구 러닝 순찰대 대표는 "전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뛰었다면 이제는 구민을 위해 달린다"며 "순찰에 참여하는 대원 모두 자발적으로 지원해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순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빠른조(순찰조)'와 '느린조(점검조)'로 나눠 홍제천 산책길을 약 5㎞ 달렸다. 손에는 경광봉을 들고, 팔뚝에는 조명 밴드를 찬 채로 줄을 맞춰 달리는 모습이 절도 있어 보인다. 이날 두 번째로 러닝 순찰대에 참여했다는 허진여(32)씨는 "동네에 기여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었다"며 "평소 하던 러닝도 계속할 수 있어 좋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 호응도 좋다. 매일 홍제천에서 산책한다는 주민 A씨는 "주변이 어두워서 무서울 때가 있는데 러닝순찰대가 지나가면 안심이 된다"며 "동네 치안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늘어나는 러닝 인구가 지역사회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범죄에 불안이 큰 시민을 안심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자전거 순찰대도 활약 중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공원에서 5월 11일 열린 서울시 반려견 순찰대 실습 심사에서 대인·대견 반응 시험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
이 같은 시민 참여형 순찰대의 원조는 2022년 서울시가 시작한 '반려견 순찰대'로 볼 수 있다. 반려견 산책에 지역 방범 순찰 활동을 접목해 동네 치안 활동부터 여성·아동의 귀갓길 동행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매년 늘고 있지만, 산책로에서 이들을 꺼렸던 시민도 순찰대 복장을 한 반려견을 보고 인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시 측 설명이다.
시민 스스로의 치안 활동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산 중이다. 인천에선 연수·계양·남동·부평·미추홀구 등 다섯 개 구에서 '반려견 순찰대'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연수구 제1기 반려견 순찰대('연수지킴댕댕이') 55개 팀은 1년 동안 3,100번 넘게 순찰했고, 112와 안전신문고에 총 498건을 신고했다. 무더위에 쓰러진 행인을 발견한 '짜파게티', 피를 흘리던 취객을 발견한 '초코' 등 순찰대원의 맹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2기 모집에는 두 배에 가까운 94개 팀이 지원했다고 한다.
경북 칠곡군에서는 '시민 자전거 순찰대'가 활약 중이다. 자전거를 즐겨 타는 시민 21명이 순찰대에 참여했다. 이들은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 낙동강변 자전거 길과 지역 골목길을 돌며 청소년 비행, 범죄 의심 정황 등을 112에 신고한다.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문 치안 사각지대를 '취미와 결합한 순찰'로 메우는 셈이다. 이들의 활동을 놓고 양화영 칠곡경찰서 범죄예방계 경위는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작은 관심만으로도 치안 활동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인천=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칠곡=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