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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몽둥이’, 다른 나라 재판까지 때린다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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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 넘은 내정간섭 논란
2019년 3월 백악관을 방문한 당시 브라질의 포퓰리즘 극우파 대통령인 보우소나루가 트럼프의 이름이 새겨진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선물하고 있다./백악관 자료사진

2019년 3월 백악관을 방문한 당시 브라질의 포퓰리즘 극우파 대통령인 보우소나루가 트럼프의 이름이 새겨진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선물하고 있다./백악관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브라질에 5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과 재판을 끝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가 다른 나라의 정치 상황까지 문제 삼아 관세를 부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같은 날 트럼프 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데 관여했다는 이유로, 유엔(UN) 소속 인권운동가에게도 제제를 가했다.

트럼프는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은 현재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임 브라질 대통령 이야기로 시작한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았던 보우소나루를 대하는 방식은 국제적 수치다. 이 재판은 일어나선 안 된다. 이건 당장 끝내야 할 마녀사냥”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미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벌금 부과, 불공평한 무역 등을 거론하며 8월 1일부터 상호 관세를 (지난 4월 예고한) 10%에서 5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과 브라질 간 무역 규모는 약 920억달러로, 미국이 7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관세 인상 이유가 무역 불균형보다는 보우소나루 재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보우소나루는 강경 우파 성향으로 트럼프가 직접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했을 정도로 동질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반중, 반이민, 반환경 등 정치 노선뿐 아니라, 지난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선거에 불복하고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재판을 받은 것도 트럼프와 닮은 꼴이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내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10배 더 심하게. 보우소나루에 대한 마녀사냥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썼다.

반면, 진보 좌파 대통령인 룰라는 반서방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BRICS)를 통해 미국 중심 질서에 거리를 두고 있다. 이번에도 룰라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며 “브라질 민주주의는 브라질 국민의 책임”이라고 일축했고, 브라질 외교부는 미국 대사 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

트럼프의 이번 서한은 브릭스 정상회의 직후 나온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지난 6일 브라질에 모인 브릭스 회원국들이 미국의 이란 공습과 관세정책을 비판하자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국가는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가 반미, 반서방, 반이스라엘 기조를 보이는 나라까지 확장해 무차별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그동안 자국 이익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에 관세를 무기처럼 활용한 적이 있는데, 용도를 더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1월, 미국이 추방한 자국민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콜롬비아에 긴급 관세를 부과했고, 멕시코·캐나다·중국과 협상에서도 불법 이민·펜타닐 문제를 해결하라며 관세로 압박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관세를 ‘만병 통치약’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국제 형사재판에 세우려는 사람들을 개별 제재하고 있다. 9일 미 국무부는 프란테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관여했다는 이유다. 지난달 초 ICC 판사 4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데 이은 조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알바네제는 미국 또는 이스라엘 국민에 대해 당사국 동의 없이 ICC의 수사·체포·구금·기소를 요청하는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며 “서방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왔다”고 비판했다. 이번 제재는 알바네제의 향후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방침이다.

미국 정부가 유엔 특별보고관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탈리아 출신 법학자인 알바네제는 2022년 5월 유엔 특별보고관으로 임명돼 가자지구의 열악한 상황과 이스라엘군의 전쟁범죄 의혹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이날 제재가 발표되자 소셜미디어에 “오늘처럼 정의의 편에 확고히 서 있겠다는 결심이 분명해지는 날은 없다”고 썼다.

트럼프는 지난달 자국 법원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네타냐후를 사면하라고 이스라엘 사법부를 공개 압박해왔다. 지난 7일에는 네타냐후를 워싱턴DC로 초청해 성대한 만찬을 열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이 자리에서 네타냐후는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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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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