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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영국에서 만나는 메소포타미아 미술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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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인천공항은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는데, 해외여행 길에 많은 사람이 들르는 곳이 미술관이고 그중에서도 런던의 대영박물관이 손안에 꼽힌다. 미술관의 공공적 기능을 대표하는 곳으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일반인들의 교양 수준을 향상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설립됐다. 그 후 270여년이 지났고, 전 세계에서 모은 약 800만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곳에 이 작품도 있다.

기원전 3000년쯤 탄생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꽃피운 아시리아 제국 시대 작품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페르시아만을 향해 흐르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 탁 트인 넓은 평원에서 형성됐다. 어떤 방향으로도 침범이 가능한 개방된 지형 탓에 전쟁이 계속됐고, 아카드, 바빌론, 아시리아, 페르시아로 이어지는 복잡한 정치사를 남겼다. 이렇듯 변화 많고 팍팍한 환경에서 살아온 때문인지 그곳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문명도 현실주의적인 성향을 띠었다. 미술도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묘사가 주를 이뤘다.

‘아슈르나시르팔 왕의 사자 사냥’ 이라크 북부 님루드 궁전 벽(기원전 645∼640년쯤)

‘아슈르나시르팔 왕의 사자 사냥’ 이라크 북부 님루드 궁전 벽(기원전 645∼640년쯤)


이 작품은 이런 전통을 더욱 다듬어진 형태로 선보인 대표적인 유물이다. 기원전 7세기쯤 이라크 북부에 있는 님루드 궁전 벽에 부착한 작품인데, 아시리아 제국의 전성기를 이룬 아슈르나시르팔 왕의 사자 사냥 장면을 담았다. 달리는 전차 위에서 뒤돌아보며 활을 쏘는 왕의 강인한 모습을 중앙에 두고, 한편에는 사자 몰이를 하는 병사들의 진지한 모습도 새겨 넣었다. 바닥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자도 생생하고 실감 나게 표현됐다. 화살을 맞고도 전차를 따라가며 포효하는 사자의 동작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겁에 질려 두려움에 떨면서 날뛰는 말들, 말들을 진정시키며 전차를 끄는 병사의 침착한 모습까지 모두 합쳐져 사자 사냥의 현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 작품을 영국인들이 문화재를 잘 보존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님루드 궁전 벽에서 떼어내 대영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다. 현장에 남겨두는 게 더 적합한 문화재 보존이지 않았을까.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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