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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자 문제 [말글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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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한자 문제 앞에만 서면 늘 머뭇거려진다. 영어 실력을 앞세우는 시대에 쓸모없는 한자라니, 고루하고 철 지난 얘기 같아 보인다. 더욱 머뭇거려지는 건 한자는 인간이 어휘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게 되는가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과 함께, 어휘력, 문해력, 사고력, 고등교육, 문화 전승, 민주평등교육 등을 어떻게 키우고 확장할지에 대한 이견들이 얽히고설킨 문제라서 어느 하나를 건들면 다른 하나가 고개를 쳐드는 복잡다단한 주제이다. 단순히 ‘필요해, 필요 없어? 가르칠 거야, 말 거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다루기 전에 논의의 대전제이자 법적·사회적 합의 사항부터 확인해 두자. 한국어는 ‘한글’로 쓴다. 즉 한글 전용이라는 것. 이걸 출발점으로 삼지 않으면 한자와 관련한 논쟁은 십중팔구 개싸움으로 바뀐다. 한글 전용이 아닌, 한자를 글에 직접 노출할 건지(국한 혼용), 한글 옆에 괄호를 치고 한자를 쓸지(한자 병기)를 갖고 얘기를 시작하면 길을 찾을 수 없다. 우리 모두 한글 전용이다! 오케이? 낙장불입!



며칠 전 신문 기사로 얘기를 시작해 보자. ‘일본 도카라 열도 근처에서 지진이 500회 가까이 일어났다. 지진이 일시적으로 몰려 발생하는 이른바 ‘군발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열도’나 ‘군발지진’ 같은 낯선 단어를 이해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한자를 아는 사람은 ‘지진이 일시적으로 몰려 발생하는’이라는 말을 실마리 삼아 ‘군’과 ‘발’을 쪼개고 거기에 맞는 한자를 각각 떠올리며 ‘군발지진’이란 단어의 뜻을 추측했을 것이다.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그런 과정 없이 기자의 친절한 설명에 기대 ‘군발지진’의 뜻을 통째로 추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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