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한화 감독은 이 네 명의 선수 뒤에 백업들을 붙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구상이었다. 타격 재능을 인정받고 있었지만, 포지션이 잘 정리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었던 3년 차 좌타자 문현빈(21)은 노시환의 백업으로 분류했다. 타격 능력을 살린다면 지명타자로 투입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지명타자 자리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한화에서 고정될 수 없었다. 문현빈은 어쨌든 확고한 주전은 아니었다.
그런데 전반기가 끝나가는 시점, 올해 전반기 한화 최고 타자는 단연 문현빈이라고 할 만하다. 시즌 초반 한화 타선이 어려울 때 고군분투하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안 쓸 수 없는 선수로 스스로를 포장한 셈이다. 결국 한화도 문현빈을 외야로 보내 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문현빈은 구상을 바꿀 만한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문현빈은 9일까지 시즌 84경기에서 타율 0.325, 9홈런, 45타점, 1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51을 기록하며 한화의 전반기를 지탱한 축으로 떠올랐다. 정교한 타격, 특유의 펀치력, 여기에 기동력 야구에도 일조하면서 전반기 팀 MVP 후보 활약을 펼쳤다. 수비도 점차 적응하면서 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타석 수가 줄었다. 안치홍이 영입되면서 내야 한 자리가 채워졌고, 2루에 있던 문현빈이 그 여파를 받았다. 올해는 3루 자원으로 분류가 되면서 역시 타석 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3루에는 부동의 중심 타자인 노시환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 347타석을 소화했다. 이는 노시환(373타석)에 이은 팀 내 2위 기록이다. 노시환 문현빈이라는 앞으로 팀을 이끌어가야 할 타자들이 타선에서 공존한 것이다. 이는 당장의 기록뿐만 아니라 팀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도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한화 선수가 타격왕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 것은 굉장히 오래간만의 일이기도 하다. 한화 선수가 시즌 타격 TOP 5에 들어간 마지막 사례는 거의 10년 전인 201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태균이 0.365로 2위, 이용규가 0.352로 3위였다. 이후 노시환이라는 좋은 타자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타율에서 5위 내에 들어간 적은 없다.
최다 안타 순위에서도 2022년 마이크 터크먼(166안타)이 6위를 기록한 것이 근래 가장 뛰어난 성적이었는데 올해 문현빈의 페이스라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한화 구단 역사에도 꽤 이름이 빛나게 남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원래 주전이 아니었던 선수가, 한화라는 호수에 큰 돌멩이를 던지면서 팀의 물줄기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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