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뉴욕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고 지지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장석준 |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11월4일로 예정된 미국 뉴욕시장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민주당 시장 후보 예비경선에서 파란이 일어났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라 천명하는 30대 무슬림 이민자 조란 맘다니가 빌 클린턴 등의 지지를 받은 거물 앤드루 쿠오모를 누르고 민주당 시장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맘다니 돌풍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놓고 여러 보도가 쏟아지지만, 특히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그 정책이다. 맘다니는 ‘어포더블(affordable) 뉴욕’을 만들겠다는 표어로 여러 공약을 하나로 꿰어 제시한다. ‘어포더블’의 의미는 ‘감당할 만하다’에 가장 가깝다. 어떤 일을 해내기가 힘에 부치지 않는다거나 특정 물품 가격이 턱없이 비싸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흔히 ‘가격이 적정하다’ 정도로 옮기곤 한다.
맘다니는 ‘감당할 만한 뉴욕’을 약속하면서 특히 두 영역을 강조한다. 하나는 아동 돌봄이고, 다른 하나는 주거다. 지금 한국에서도 서울 아파트값 고공 상승이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됐지만, 뉴욕 역시 살인적 주거비로 유명한 도시다. 맘다니는 이에 맞서 주거비를 서민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한다.
핵심 정책 수단은 두가지다. 첫째는 뉴욕시와 임대료 안정화 협정을 맺은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 동결이다. 임대료 안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택들의 임대료 인상을 규제하는 시장 직속 임대료권고위원회는 지난 4월, 최대 7.75%까지 인상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맘다니는 임대료권고위원회를 재편하여 이 결정을 임대료 동결로 변경시키겠다고 공약한다. 둘째 수단은 신규 주택 20만호 공급이다. 맘다니는 민간에 맡겨서 고가 주택 위주로 짓게 방치하지 않고, 시 재정을 직접 투입해 적정가 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한다.
맘다니의 ‘감당할 만한’ 주거 정책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단지 서울 강남의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가 100억원 이상에 거래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있지 않다. 이런 황당한 일들 때문에 덩달아 내가 사는 곳의 집값까지 뛰고, 그리하여 무주택자에게는 세상이 더욱더 지옥이 된다는 것이야말로 문제다. 이에 대한 확실한 처방 중 하나는 부동산 시장을 서로 격리된 복수의 시장으로 나누는 것이다. 투기 시장의 영향이 차단된, 일하는 사람들이 근로소득과 그 저축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만한’ 주택 시장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금융 규제와 조세 정책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일단 전반적인 시장 과열을 진정시킨다는 전제 아래, 민간 임대료 통제, 공공 중심 주택 공급, 다양한 형태의 사회주택 장려 등의 정책 수단들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 같은 개발 포화 지역에서는 공공이 신규 주택 공급에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민간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이를 통해 공공주택, 사회주택 물량을 대폭 늘리고 여기에 주거권 보장 중심의 민간임대 규제를 더한다면, 지역별 순차는 있더라도 ‘감당할 만한’ 주택 시장이 자리를 잡아나갈 것이다.
물론 이런 주택 시장 구조에서는 투기 시장에 진입하려는 ‘고소득 흙수저’의 열망은 충족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강남 사다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서민을 지옥에 내던지는 참상만은 종식될 것이다. 이게 맘다니가 말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주거 원칙이라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의 ‘사회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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