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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이름으로 25년…“의료 형평성 지키며 암 치료 혁신 가져와”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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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광 국립암센터원장이 지난 2일 국립암센터 설립 25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양한광 국립암센터원장이 지난 2일 국립암센터 설립 25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국립’이라는 이름은 단지 국가가 설립한 기관이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책임, 사회적 소명, 그리고 국민의 기대까지 함께 짊어진 상징이다.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은 국립암센터는 이 ‘국립’의 의미를 가장 깊이 체감하는 기관 중 하나다.



급속히 진행되는 초고령화와 함께 암 환자 급증이 예고된 시대. 국립암센터가 감당해야 할 국가적 책임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건강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립암센터는 단순한 암 치료 병원이 아니라, 국가 암 정책을 선도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 중앙 암기관”이라며 “연구와 진료, 교육, 정책이 결합한 다기능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 전경. 지난 25년간 한국의 암 관리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발전을 이뤘다. 5년 상대생존율은 1990년대 42.9%에서 최근 72.9%로 상승하며 일본·중국은 물론 미국·영국보다도 암 사망률이 낮은 국가로 자리 잡았다. 국립암센터 제공

국립암센터 전경. 지난 25년간 한국의 암 관리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발전을 이뤘다. 5년 상대생존율은 1990년대 42.9%에서 최근 72.9%로 상승하며 일본·중국은 물론 미국·영국보다도 암 사망률이 낮은 국가로 자리 잡았다. 국립암센터 제공




“암 사망률 세계 최저 수준… 성과는 뚜렷하지만 과제도 분명”





지난 25년간 한국의 암 관리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발전을 이뤘다. 5년 상대생존율은 1990년대 42.9%에서 최근 72.9%로 상승하며 일본·중국은 물론 미국·영국보다도 암 사망률이 낮은 국가로 자리잡았다. 조기 검진 확대와 진단·치료 기술의 발전이 주효했다.



특히 전 국민 대상 6대 암(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검진 체계 구축과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도입,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보급 확대 등은 암의 예방과 조기 진단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전체 암 환자의 20%는 전이 단계에서 진단받는 현실은 조기 검진의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양 원장은 “여전히 검진 사각지대에 있는 이도 많다. 암 검진율도 더 높아져야 하지만, 검진 대상이 아닌 췌장암, 뇌종양 등 희귀·난치암에 대한 진단과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정밀의료는 빠르게 현장에 안착 중이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과 단백유전체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치료가 확산하고 있으며,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같은 첨단 세포 치료는 희귀·난치암 영역에서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생존율 향상 뒤에 가려진 또 하나의 도전은 바로 생존자 관리다. 2022년 기준 국내 암 유병자는 약 259만 명. 치료 이후 삶의 질 회복과 사회 복귀를 위한 재활, 심리 상담, 직업 지원은 아직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AI 기반 정밀의료, 지역 균형, 생존자 돌봄… 3대 전략 추진





국립암센터가 현재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국가 암 관리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다. ‘암관리법’ 개정을 통해 국가암데이터센터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한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치료 중심에서 예방-진단-치료-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통합 관리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둘째는 정밀의료 확대다. 환자의 유전체와 임상 데이터를 통합해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후유증을 사전에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공공의료 영역에서 수익성이 낮은 희귀암 환자에게 정밀의료를 제공하는 등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역할을 수행 중이다.



셋째는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다. 권역별 암센터를 육성해 고난도 치료는 거점병원이 담당하고, 회복기 관리는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분산형 의료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고령자와 생존자를 위한 지역 기반 맞춤형 돌봄 체계도 마련해 강화 중이다.







CAR-T, 양성자 치료, 유전체 분석…국립암센터가 만든 ‘성과’





연구 분야에서도 국립암센터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CAR-T 세포 치료는 환자의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최신 면역치료로, 국립암센터는 이를 희귀·난치암뿐 아니라 소아·청소년 암 환자에게도 확대 적용 중이다. AI 기반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치료 반응 예측과 부작용 관리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다.



표적치료제 분야에서는 유전자 프로파일링 기술을 통해 특정 분자 표적을 분석하고, 다기관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의 조기 실용화를 추진 중이다. 양성자 치료는 국립암센터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방사선 기술로, 뇌종양·소아암 등 민감 부위에 적용돼 부작용을 줄이고 회복 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유전체 기반 정밀의학은 국립암센터의 대표 역량이다. 전국 암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종양은행과 유전체 코어랩을 운영하며, 개별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설계하고 임상 표준화 연구도 선도하고 있다.







“공공성은 책임과 기회…모두가 혜택받는 의료를 위해”





국립암센터는 단순히 치료 기관이 아니라 ‘공공의료 정책 실행기관’이라는 점에서 민간과 명확히 구분된다. 고가 치료 접근성 제고, 취약계층 지원, 지역 돌봄 연계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암센터 설립을 지원하는 등 한국형 공공의료 모델을 국외에 전파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양 원장은 “CAR-T, 양성자 치료 같은 고비용 치료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는 이를 공공 자원으로 접근성을 확보해내는 것이 사명”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형평성은 필수 기준”이라고 말했다.







“암 의료의 미래는 ‘예측·예방·개인화’…지원은 지금 필요하다”





미래 암 치료의 키워드는 분명하다. AI는 유전체·영상·임상 데이터를 통합해 진단과 예후 예측을 정밀화하고, 디지털 헬스와 원격의료는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할 핵심 도구가 될 것이다. 치료는 맞춤형, 사후 관리는 통합 돌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그러나 국립암센터가 이러한 미래에 대응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안정적인 공공 재정 지원이다. 현재 국립암센터 역시 다른 공공병원들과 마찬가지로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양 원장은 “정부가 국립암센터에 대한 특성화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암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선 더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민에게도 조심스럽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한 국립암센터 발전기금에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하다. 모두가 혜택받는 의료를 위해 함께 지켜야 할 가치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사진 국립암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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