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보, ‘지중해(Mediterraneo)'(2008). 100.3×129.5 cm. /글래드스톤 |
몽글몽글한 초록 나무, 샛노란 건물 기둥과 자줏빛 첨탑.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이 폭염을 잊게 만든다.
최근 미술 시장에서 각광받는 이탈리아 작가 살보(본명 살바토레 만지오네·1947~2015)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이 ‘살보, 여행 중(Salvo, in Viaggio)’. 작가의 유족이 설립한 살보재단과 협업한 전시로, 지난 몇 년간 옥션이나 아트 페어에서 볼 수 있었던 살보 작품 17점을 전시장에서 만난다.
살보, 'Senzo titolo'(1991). 60×50cm. /글래드스톤 |
살보, 'Forte dei Marmi'(1988). 60×50cm. /글래드스톤 |
살보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 초반까지 이탈리아 대표 미술 사조인 ‘아르테 포베라’ 그룹과 활동하며 실험적 작품을 선보였으나, 1973년부터 회화로 전환했다. 2023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5억5000만원에 낙찰되는 등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이번 전시는 그가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풍경을 담았다. 살보는 풍경을 눈에 보이는 대로 옮기지 않았다. 여행에서 받은 영감에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딸 노르마 만지오네는 “아버지는 세 가지 장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떠나기 전에 상상하는 곳, 지금 내가 있는 곳, 떠난 후 기억에 남는 곳”이라며 “아버지 그림엔 이 세 장소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살보, 여행 중’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
첨탑 같은 건축물, 고대 기둥과 유적지, 따스한 지중해 풍경이 꿈속 장면처럼 빛난다. 형태는 단순화하고, 빛이 만들어내는 색감을 풍부하게 살렸다. 만지오네는 “아버지는 그림자조차 검은색 대신 다양한 색을 섞어서 썼다”며 “마법 같은 순간의 풍경을 화면에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12일까지.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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