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선디자인랩·Midjourney |
“한국에서 동아시안컵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없나요?” 지난 7일 경기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만난 일본 스포츠 매체 기자가 물었다. 이날 개막한 202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을 취재하러 온 그는 “일본도 월드컵 등 큰 이벤트에 비해 관심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한국은 개최국이니 좀 다를 줄 알았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 개막전 경기가 열린 미르스타디움은 관중석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공식 집계 관중은 4426명. 수용 가능 인원의 10%를 겨우 넘겼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지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축구 팬이 아닌 이상 프로축구 리그가 한창인 지금 국제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2002 월드컵 우승국은 알아도 2019 동아시안컵 우승국은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당시 대회도 한국에서 열렸고 한국이 우승했다).
이렇다 보니 출전하는 선수나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도 동아시안컵은 ‘고민이 많은’ 대회로 꼽힌다. 좋은 성적을 냈을 때 얻는 보상과 주목도에 비해 아쉬운 성적일 때 돌아오는 비난이 훨씬 걱정스럽다. 불의의 부상이라도 당하면 소속팀에 돌아갈 면목이 없는 것도 선수 입장에선 큰 리스크다.
그렇다고 득이 없는 대회는 결코 아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공인하는 A매치 기간에 포함되지 않은 대회라서 유럽 등 해외파 차출이 어렵고, K리그 위주로 대표팀을 꾸린다. 그간 해외파의 ‘명성’에 밀려 태극 마크를 달기 어려웠던 국내파 선수들에겐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시험하고 개선점을 찾을 드문 기회다. A매치를 통해 ‘깜짝 스타’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있다. 코칭스태프에게는 북중미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열린 이번 대회가 실전 조직력을 점검하고, 잠재력 있는 ‘원석’을 발굴할 기회다.
월드컵 때처럼 팬들이 알아서 경기장을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어선 안 된다. 대회 인지도를 키워 관중이 늘고, 대표팀에 관심이 집중되면 자연스레 선수단의 사기가 오르고 경기력이 개선될 것이다. 반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저조한 흥행이 이어진다면 동아시안컵은 얼마 안 가서 ‘계륵’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관중석이 텅 비었다고 팬들을 탓할 순 없다. 모든 행사는 알맹이 못지 않게 포장이 중요하다. 소극적인 홍보가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안컵을 주최하는 동아시아축구연맹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이달 수장을 맡는다. 지금이라도 팝업 부스나 유니폼, 입장권 이벤트 등 팬들을 경기장으로 유인하는 적극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계륵은 먹을 살이 애매하나 버리긴 아까운 존재를 말한다. 살집을 키우면 닭의 갈비도 훌륭한 먹거리가 될 수 있다. 폭염 속 한일전이 포함된 동아시아 더비라는 부담감을 안고 뛰는 선수들을 위해 관중석에서 더 큰 박수와 함성이 나왔으면 좋겠다. 주최 측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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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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