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반구천의 소리와 빛은 신비롭다. 새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가 울림이 되어 반구천을 휘돌아 난다. 동이 트면 여명 속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변의 너른 암반에 공룡 발자국 화석이 성큼 눈에 들어온다. 선사시대의 암각화 부근에서는 수생 파충류의 발자국 화석이 새롭게 발견돼 ‘노바페스 울산엔시스’로 명명되기도 했다.
거북이 엎드린 형상을 뜻하는 반구(盤龜)의 천에는 기이하게 생긴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중 특별한 바위면 2곳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수천 년 시간을 이어오며 새겨진 그림과 글들이 있다. 반구천 암각화의 고래와 다양한 그림들은 뛰어난 관찰력과 사실적인 묘사가 탁월하다. 세월의 풍파를 겪은 흔적도 보이지만, 각 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의 중첩이 특별하다.
고래잡이 등의 모습이 흐릿하다고도 하지만, 국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두 바위에 새겨진 그림과 글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시간대가 있다. 햇빛이 바위 면에 스며드는 시간. 그때를 맞추면 짙은 음영을 띤 오랜 기억과 바람을 올곧이 마주할 수 있다.
울산 울주 반구천 일대 전경. |
거북이 엎드린 형상을 뜻하는 반구(盤龜)의 천에는 기이하게 생긴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중 특별한 바위면 2곳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수천 년 시간을 이어오며 새겨진 그림과 글들이 있다. 반구천 암각화의 고래와 다양한 그림들은 뛰어난 관찰력과 사실적인 묘사가 탁월하다. 세월의 풍파를 겪은 흔적도 보이지만, 각 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의 중첩이 특별하다.
고래잡이 등의 모습이 흐릿하다고도 하지만, 국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두 바위에 새겨진 그림과 글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시간대가 있다. 햇빛이 바위 면에 스며드는 시간. 그때를 맞추면 짙은 음영을 띤 오랜 기억과 바람을 올곧이 마주할 수 있다.
여름 이즈음에 반구대 암각화는 맑은 날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빛의 마법이 펼쳐진다. 자연이 빚고 사람이 새긴 흔적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그 세월을 증명한다. 반구대는 선사인들의 흔적에 더해 신라 사람들도 다녀간 경승지이며 고려 말 정몽주가 유배 당시 머물러 그의 호를 따라 ‘포은대’라는 별칭도 얻었다.
많은 묵객이 반구에 다녀간 흔적을 남겼다. 그중 겸재 정선의 그림 ‘반구’의 기암괴석과 반구정으로 불린 집청정(集淸亭)이 남아 비교하는 묘미가 있다. 맑음을 모은다는 집청정 마루에서 차경을 바라보면, 정자의 옛 주인이 강 건너 반구 각자 옆에 학을 새긴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이곳이야말로 선계였을 터, 달리 명승일까 싶다. 이제는 신선놀음하던 산수 주인도 강가 파묻힌 바둑판도 기억으로만 남았지만, 울주 반구천은 세계가 주목하는 곳이 되었다. 정자 앞 배롱나무꽂이 피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이 먼저 달려간다.
이제는 국가유산 울주 반구천 일대 QR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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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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