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15살 이하) 뒤 인제 스피디움 만찬장에서 열린 송별식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당시 북한 4·25 여자 청소년 축구단이 ‘원산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깜짝 노래 공연을 했고, 남북 선수들은 석별의 정을 달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의 증언이다.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에서도 갈등의 골을 넘어서는 장면이 연출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북한 선수들이 대회 뒤 돌아가기 위해 새벽 버스를 타고 강릉선수촌을 떠날 때,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던 남북 선수들은 울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간 차원의 남북 스포츠 교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쪽과 오랫동안 관계해온 남북체육교류협회는 아리스포츠컵 대회를 미국의 워싱턴과 북한의 원산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종목별 세계랭킹 30위 안에 드는 북한 선수들을 파악하고 있다. 공동 훈련이나 단일팀 구성 등에 대비한 기초 작업이다. 대한체육회는 폐지했던 산하 남북체육교류위원회의 기능을 복원할 계획이다.
분단 이후 남북 스포츠 교류는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1963년 스위스 로잔에서 남북 당국이 처음 만났는데, 도쿄올림픽(1964)을 비롯해 평양세계탁구선수권대회(1979), 로스앤젤레스올림픽(1984), 서울올림픽(1988), 베이징아시안게임(1990)의 남북 단일팀 출전 협상은 모두 결렬됐다. 냉전 시대 체제 경쟁 탓이었다.
하지만 1990년 말 평양과 서울에서 통일축구대회가 열렸고, 세계탁구선수권대회(1991)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1991)에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면서 새 국면이 열렸다. 정권의 색깔에 따라 굴곡이 있었지만, 2018년은 “가장 많은 남북 회담이 열린 해”가 되기도 했다.(2023 체육백서)
스포츠 교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나 미국과 옛 소련의 육상 경기 등이 사례다. 2002 한일월드컵도 양국 시민들의 상호 이해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작 만나면 금세 형제 자매가 되는 남북은 2019년 10월 평양 아시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만남이 단절됐다.
새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중단 등 북한에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단된 남북 스포츠 교류에도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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