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가 '주 7일 배송'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미 업계 표준이 된 주 7일 배송이 대형 화주사를 붙잡기 위한 '필수불가결'이라는 의견과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면서까지 출혈 경쟁을 펼치는 것은 '불요불급'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여기에 노조와의 갈등까지 주 7일 배송의 변수로 작용하며 택배업계는 적극적인 투자와 신중한 검토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주 7일 배송이 갈등을 봉합하며 본궤도에 진입한 곳에서도 노-사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어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은 상황이다.
배송 체계의 대전환이라는 갈림길에서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엇갈린 선택을 했다. 단숨에 택배업계 1위로 올라선 쿠팡의 독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추격자 입장이 된 택배 3사의 생존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주 7일 배송 전환 카드를 내려놨다. 한 때 노조 교섭 등 준비 움직임이 감지됐으나 전면적인 주 7일 배송 전환은 여전히 검토 단계라는 입장이다.
대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외부 대행사와 협력하는 '약속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대리점 기사가 아닌 별도 배송 조직을 구성해 네이버 등 대형 화주사 물량만 주 7일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 4월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는 주 7일 배송 전환에 대한 질문에 “우선은 약속 배송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주 7일 배송 전면 도입은 아직 구상 단계로 고객 니즈가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사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은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며 주 7일 배송 본궤도에 진입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는 최근 주 7일 배송 전환을 위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이 8~9일에 걸쳐 실시하는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통과되면 양 측은 오는 10일 본 계약을 체결하는 조인식을 맺을 예정이다.
양 측은 올해 주 7일 배송 전환을 위해 지난해부터 논의를 진행해왔다. CJ대한통운은 노조와 시범 운영에 합의한 이후 지난 6개월 간 수도권, 지방 광역시 등 핵심 거점부터 주 7일 배송을 개시했다. 다만 전국 단위 권역 확대를 위한 본 계약 체결 과정에서 노-사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6월 말까지 협상이 늘어진 상태였다.
한진 대전 메가 허브터미널 전경 |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산업재해보상보험료 인상분을 부담하라는 노조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수수료도 휴일 배송 물량 25%, 타 권역 배송 물량 25%로 상반기와 동일하게 유지한다.
한진도 노조와의 진통 끝에 최근 주 7일 배송 전환을 골자로 한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7일 초과 연속근무 금지 △휴일배송 미참여 기사 불이익 처우 금지 등의 조항을 담았으며 휴일 배송 물량 추가 수수료는 40%를 약속했다.
양 사 모두 주 7일 배송 전환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막대한 운영 비용 상승을 야기하는 주 7일 배송 전환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지난 1분기 CJ대한통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5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9% 줄었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도 영업이익 감소가 이어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운영 물량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이른바 '쿠팡 천하'가 지속되면서 네이버, 11번가 등 토종 e커머스는 물론 C커머스(중국e커머스), 홈쇼핑 등 대형 화주사 대부분이 택배사에 쿠팡과 동등한 '주 7일 배송 시스템'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매일 배송을 할 수 없으면 선택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상반된 선택 속에서 하반기 택배업계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CJ대한통운·한진의 경우 25~40%에 달하는 추가 수수료가 물량에 따라 수백억원 상당의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만큼 물량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경쟁사에 비해 축적할 수 있는 여력을 수소·친환경물류 등 미래 먹거리에 더욱 투자할 시기로 꼽힌다.
주 7일 배송에 대한 택배업계 고민은 유통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체 물량으로 물동량 기준 업계 1위를 차지한 쿠팡이 3자물류(3PL)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 외부 물량을 유치한다면 택배사가 체감하는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부터 쿠팡이 외부 물량 유치에 본격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화를 택한 CJ대한통운·한진, 안정을 택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끊김 없는 배송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분명한 만큼 주 7일 배송은 유통업계와 택배업계 전반에 걸친 큰 흐름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e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배송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각 사가 변화에 잘 대처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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