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배 아파요"…우리 아이, 그냥 배앓이일까, 병일까

최호정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장기간 이어지는 복통으로 학교생활이나 식사에 지장을 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보호자들은 병원을 찾기엔 증상이 가볍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병원을 찾기 주저하면서도 지켜보다가 숨어있는 병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진다.

9일 최호정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4~16세 소아의 약 10~15%가 만성복통을 경험한다"며 "특히 4~6세, 그리고 사춘기 시작 무렵에 흔히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만성복통은 보통 두 달 이상 복통이 지속되거나 반복되며, 정상적인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말한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위장관의 통증 수용기가 가스, 장의 압박, 염증, 혈류 장애 등에 반응해 통증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염증이 생기거나 혈액공급이 잘되지 않을 때 허혈이 일어난 부위에서도 분비되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으로 통증을 느낀다.

어떤 아이들은 병이 없는데도 뇌로 가는 잘못된 신호로 인해 장에서 발생한 정상적인 자극을 잘못 해석해 병이 없는데도 통증으로 인지한다. 위장관염을 앓은 뒤 만성 복통이 시작되는 경우도 흔하다.

대부분의 경우 만성복통은 '기능성 복통'으로 분류된다. 즉 병적이지 않은 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내장의 과민 반응과 아직 미숙한 장운동의 기능 장애가 주된 원인이다.

다만 10~15%는 기질적 원인인 만큼 동반된 증상들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즉각적인 검사 혹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 중요한 '경고 증상'을 꼭 확인해야 한다.

최 교수는 만성 복통이 있는 소아가 △밤에도 복통으로 잠이 깨는 경우 △우상복부나 우하복부에 국소적인 통증이 지속될 때 △담즙 섞인 구토나 원인 불명의 발열이 동반될 때 △배뇨장애(빈뇨, 혈뇨, 잔뇨감 등)가 있을 때 △체중이 줄거나 성장 속도가 늦춰진 경우 △피 섞인 변이나 만성 설사가 있을 때 △가족력(염증성 장질환, 소화기 질환 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권했다.

병원을 방문하면 환자의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를 통해 검사 여부가 결정된다. 혈액검사(CBC, 염증수치 등), 대변검사(칼프로텍틴, 기생충, 바이러스 등), 복부 초음파나 X선 촬영, 필요시 CT나 내시경도 시행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음식 과민이 있다면 원인 식품 제거와 식이 지도, 변비가 원인이면 장운동 개선을 위한 약물과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감염이 원인이면 항생제 치료를 하며, 염증성 장질환일 경우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도 장의 염증 여부나 질환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어 복통에 대한 과도한 불안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만약 고민이 된다면 검사가 필요한 아이인지, 필요하다면 어느 수준까지 검사를 통해 기질적 원인을 감별해야 하는지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며 "만성복통은 너무 쉽고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도 아니지만 걱정만 하면서 불안감으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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