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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 무너져도 싸운다, ‘슈퍼맨’도 인간이니까

조선일보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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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돌아온 ‘슈퍼맨’ 오늘 개봉
2년 전 여름, 배우 데이비드 코런스웻은 정이삭 감독의 ‘트위스터’ 촬영을 마치고 미국 필라델피아 집에서 쉬고 있었다. 갑작스레 울린 전화에 찍힌 숫자는 ‘310’. LA 지역번호였다. “헬로, 제임스 건이에요.”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유명한, DC스튜디오 수장인 그 감독? 장난 전화로 여긴 코런스웻은 “어디 증명해 보시지”라고 받아쳤다. “음, 전 슈퍼맨 배역을 드리려고 전화했는데요.” 가장 미국적인 영웅, 슈퍼맨을 새로 맡을 배우가 점지된 순간이었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슈퍼맨’은 제임스 건 감독이 제작할 DC 유니버스의 출발을 알리는 영화다. 누구보다 인간적인 슈퍼맨, 낙관적이고 선한 가치를 지키는 면모를 강조한다. 작은 사진은 ‘슈퍼도그’ 크립토와 나란히 앉아 있는 슈퍼맨./워너브러더스코리아

9일 개봉하는 영화 ‘슈퍼맨’은 제임스 건 감독이 제작할 DC 유니버스의 출발을 알리는 영화다. 누구보다 인간적인 슈퍼맨, 낙관적이고 선한 가치를 지키는 면모를 강조한다. 작은 사진은 ‘슈퍼도그’ 크립토와 나란히 앉아 있는 슈퍼맨./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나도 인간이다” 슈퍼맨의 선언

9일 개봉하는 ‘슈퍼맨’은 헨리 카빌의 ‘맨 오브 스틸’(감독 잭 스나이더) 이후 12년 만에 나온 슈퍼맨 단독 영화다. 재부팅되는 DC유니버스의 출발이기도 하다. 개봉을 앞두고 전 세계 DC 팬의 관심은 비등점을 향해 치달았다. 티저 예고편 조회 수는 공개 하루 만에 2억5000만회. 이번 ‘슈퍼맨’이 실패하면 DC 유니버스는 없던 일이 된다. 마블이 뿌려놓은 히어로 피로감을 딛고 DC를 재건할 막중한 임무가 ‘슈퍼맨’의 어깨에 오롯이 얹혀졌다.

그 임무를 ‘슈퍼맨’은 훌륭히 완수한다. 제임스 건이 왜 ‘수퍼 히어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감독’으로 불리는가. 이 영화에 답이 있다. 새삼스레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초능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슈퍼맨이 상징하는 근본 가치로 돌아왔다. 분열과 조롱이 가득한 세상에서 선함과 친절함,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지 묻는다.

“영화의 근본은 각본”이라고 강조해온 제임스 건은 이민자 논란으로 쪼개진 미국 사회를 성찰하는 거울로 슈퍼맨을 비춘다. 저 멀리 크립톤 행성에서 날아온 슈퍼맨은 외계인이며 이민자다. 악당 렉스 루터(니컬러스 홀트)가 “외계인 슈퍼맨은 인간(man)이 아니라 단순 생명체(it)”라며 추방시키려 하자 “나도 인간”이라며 맞선다. “난 누구보다도 인간이야. 사랑하고, 두렵고, 실수하고. 그게 인간이고, 그게 나의 힘이야.” 인간임을 주장하는 그가 최종 대결에서 맞붙은 적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다. 일상의 해답을 자신과 싸워가며 찾아내야 하는 평범한 지구인과 다를 바 없다.


◇재부팅 DC유니버스, 희망찬 출발

티저 예고편에서 뽀얗게 눈보라를 몰며 나타났던 슈퍼독 크립토는 등장 때마다 시선을 뺏어간다. 크립토가 실사 영화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임스 건이 온 집안 가구와 신발을 물어뜯는 자신의 반려견을 보며 ‘이 녀석이 수퍼 파워까지 있으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하다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만큼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적에게 난타당한 슈퍼맨을 본부 기지로 후송하는 용맹함도 발휘한다.

뜻밖에 쓸모 있는 삼인조 ‘저스티스 갱’은 자칫 무거워질 대목에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스터 테리픽, 바가지머리의 가이 가드너, 철퇴를 휘두르는 호크걸은 슈퍼맨에 쏠리기 쉬운 무게 중심을 적절하게 나누고 유머를 더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연민과 이해로 맺어졌다. ‘슈퍼맨’에서도 가족이 주는 안식은 핏줄을 따라 흐르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 슈퍼맨이 웃으며 시청하는 영상이 답을 말해준다. 세상에 여전히 선한 사람이 많다고 믿고 싶어지는 히어로 영화가 얼마 만인가.

마블 영화처럼 전작을 일일이 찾아볼 필요는 없다. ‘슈퍼맨은 빨간 팬티를 굳이 겉옷에 걸쳐 입은 진지한 영웅’이라는 정도만 알면 된다. 2시간 러닝타임에 매끈하게 마무리하는 상업 영화의 직분도 잊지 않았다. 쿠키 영상은 2개. 첫 번째 쿠키는 극장을 나서고도 아른거린다. 129분, 12세 관람가.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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