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 일명 군함도로 불리는 섬이다. 군함의 모양을 닮아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일제 강제징용의 참혹한 현장이다. 연합뉴스 |
과거사 문제로 충돌한 사상 초유의 한일 표 대결에서 우리가 패했다.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군함도를 놓고 맞붙었다.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군함도의 역사를 충분히 알리겠다고 약속하고도 10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제사회의 공식 의제로 다뤄 심각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논의할 양자 사안이라며 김을 뺐다. 세계유산위 21개 회원국 가운데 기권과 무효 11표를 제외한 7개국이 일본 주장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 입장에 호응한 반대표는 3개국에 그쳤다. 한일 양국의 이슈로 떠넘긴 셈이다.
유네스코는 10년간 네 차례에 걸쳐 후속조치를 촉구했지만 일본은 요지부동이었다. 군함도는 지옥섬으로 불릴 만큼 참혹한 일제 강제징용 현장으로, 조선인 800명이 끌려가 122명이 숨진 곳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2020년 군함도가 아닌 도쿄에 마지못해 정보센터를 열고는 강제동원 실체를 숨기고 산업화의 성공을 선전해왔다. 이에 정부는 유네스코의 관례인 전원합의를 깨고 전례 없는 표결을 감수하며 명분을 앞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일본이 본색을 드러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지난해 사도광산에 이어 대일외교에 또 오점을 남겼다. 정부는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에 올리는 데 동의하면서 추도식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정부 관료를 대표로 보내더니 추도사에서 노역의 강제성을 쏙 뺐다. 정부는 불참하며 뒤늦게 항의했지만 그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면서 “과거 문제는 잘 관리하며 미래로 가자”고 강조했다. 과거사와 협력을 분리하는 이른바 ‘투 트랙’이다. 새 정부의 한일관계 접근법이지만, 이웃이 신뢰를 저버리고 호응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유연하고 합리적인 태도’로 한일관계를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시행착오는 군함도 한 번으로 족하다. 정교한 전략이 빠진 외교는 한낱 구호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