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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풍경] 만만치 않은 질병 ‘지방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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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지방간은 의사에게나 환자에게나 진부한 병명이었다. 의사들은 ‘뚱뚱하니 체중을 줄이라’는 말을 에둘러 ‘지방간’이라고 표현했고, 환자들 역시 중년에 배 나온 김 씨, 이 씨도 가지고 있는 흔한 병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흔하디흔한 지방간이 사실은 만만치 않은 질환이라는 것이다. 지방간 환자의 5~10%가 간경화로 진행하고, 간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보다 7~10배나 높다. 학계에서는 병명부터 바꾸기로 했다. 기존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라는 명칭이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지방간이 생겼으니 결국 비만 때문이라는, 원인을 오롯이 환자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비만이 아니어도 지방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병의 원인이 비만만이 아니라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 이상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래서 새로운 병명은 ‘대사 기능 이상 연관 지방간질환(MASLD: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이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바뀌었다. 대사 이상이 생기면 간에 지속적인 염증이 발생하고, 결국 간이 딱딱 발생할 수 있다.

내 환자 중에도 ‘대사 기능 이상 연관 지방간질환’에서 간경화로 진행된 분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간은 점점 딱딱해졌고, 급기야 복수까지 찼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간 이식을 계획하게 되었다. 검사 결과 큰아들은 간이 다소 작아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결국 둘째 아들이 기증자로 결정되었다.

“다음 달에 입원해서 수술합니다. 아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며느리에게도 너무 미안해요.” 아들도, 며느리도 기증을 결정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며칠 긴 밤을 새웠을 것이다. 나는 환자분께 “수술 잘 받으시고 건강해지시는 것이 아들에게 보답하는 길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정작 아들은 보답에 관한 생각이나 다른 생각이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엄마가 오래 사시길, 다시 건강해지시길 바라는 마음만 있을 것이기에. 그건 며느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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